현재 중국 내에서 영업 중인 북한은행은 사실상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유엔 안보리의 대북 금융제재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4일 찾은 북중 합작 '고려은행' 대표처의 등록주소지인 베이징 시내의 한 호텔. 해당 주소지에는 일반 중국인 사무소가 개설돼 있었다.(Yonhap)
'사상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안보리의 대북 결의 2270호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 내에 있는 북한은행 지점을 90일 이내에 폐쇄하고, 신규지점 개설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은 중국당국이 이 조치를 '성실'하게만 이행하면 북한의 핵개발프로그램 자금줄을 바짝 조이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복수의 베이징(北京)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8일 연합뉴스와의 접촉에서 "중국 내에는 현재 정상적인 금융업무를 하는 북한은행이 단 한 곳도 없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중국 내 북한은행 자료를 찾아봤지만, 단 한 곳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고, 북중 관계에 밝은 외교소식통 역시 "(정식은행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베이징에 소재한 북한은행으로 알려진 '조선중앙은행 베이징지점'과 '북-중 합영은행 화려은행(華麗銀行)'의 등록 주소지를 둘러본 결과, 모두 '유령은행'들로 밝혀졌다.
등록 주소지에는 일반 중국인이 운영하는 사무소가 들어서 있었고 전화번호는 먹통이었다.
이 두 은행은 중국 최대의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북한은행'이다.
최근 단둥(丹東)에서 은밀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조선광선은행 단둥사무소'도 정식은행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광선은행이 베이징, 단둥에 사무실을 개설하려 했지만,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비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선광선은행 단둥사무소' 등은 예금, 송금 등의 금융업무를 하는 곳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환치기를 중계하는 역할을 하는 이른바 지하금융기관이거나 여신업무 기능이 없는 대표처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중 교역의 70%가 이뤄지는 단둥은 북한경제의 생명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북중 교역 대금결제 역시 중국 내에 개설된 북한주민계좌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이번 금융제재가 기존 교역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대다수 북한상인은 중국은행에 개설한 계좌에서 거래대금을 주고받는다.
지난 4일 찾은 `조선중앙은행 베이징지점` 등록주소지인 베이징 상가건물. 이 건물에서는 `조선중앙은행`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Yonhap)
예컨대, 수출대금이 이 계좌로 입금되면 다시 이 계좌를 통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나서 북한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실제로 국경을 넘나드는 돈은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들은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조치가 시작된 지 수십 년이 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런 형태의 북중 금융거래는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뭉칫돈'이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채널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 내 북한식당은 북중 합작 형태로 운영된다며 돈은 환치기, 차명계좌, 제3자 명의, 밀무역 등을 통해 북한으로 건너갈 수 있고 상당 부분은 중국 내에 은닉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보리 결의의 금융제재가 실제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는 결국 '중국의 결단'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그동안 사실상 묵인해온 환치기, 차명계좌 이용 등을 철저히 단속하고 북한주민의 의심스러운 계좌를 조사해 동결·압수 등의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그러나 "과연 중국이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과 기관들 외에 다른 일반 계좌들까지 조사할 의지를 보이겠느냐"며 회의적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