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4%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대하면서 2015년을 시작했지만 2%대의 저성장을 걱정하며 연말을 맞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8%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 국내외 경제 전망 기관은 2%대 중후반을 예측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정부 목표인 3.1%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하방(내려갈)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에 실패하면 2.8%를 기록한 2013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2%대의 저성장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 메르스에 발목 잡힌 내수 경제…'성장 버팀목' 수출은 끝없는 추락
올해 우리 경제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0.8%였다. 민간 소비 회복이 더뎠고 수출은 마이너스였지만 다행히 지난해 4분기의 0.3%보다 높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5월 말 발생한 '메르스'라는 돌발 변수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쇼핑몰, 극장 등 사람이 모일만한 곳을 피하는 현상이 생겨나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극장 등의 매출이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였다.
한류를 타고 급증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행을 기피하면서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메르스 충격은 2분기 성장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작년 4분기와 같았다. 작년 4분기를 제외하면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0.1%)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Yonhap)
수출 부진도 심화했다. 수출은 올해 첫 달부터 감소세를 보이더니 11월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전체로도 마이너스가 불가피하다.
경기 침체에 수입 역시 줄어 연간 교역 1조 달러 달성도 실패했다.
나라 밖에서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많았다.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는 양적완화를 펼쳤던 미국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계속 암시해 세계 금융시장과 신흥국 경제를 출렁이게 했다.
한국 수출시장의 25% 상당을 차지하는 중국은 올해 1∼3분기에 6.9%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경기 경착륙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또 증시가 급락하면서 과잉생산, 부동산 거품, 부실자산 등 구조적 문제까지 노출해 한국의 대외여건을 더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내부적으로는 1천2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더불어 인구 고령화 및 저출산 추세 등 사회구조적인 요인으로 소비시장이 성장의 한계를 맞았다.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지자 해외 투자은행(IB),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은 줄줄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렸다.
◇ 통화·재정 정책 총동원 경제살리기…구조개혁도 추진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어렵게 살아난 경기 회복의 불씨가 위태롭게 되자 정책 당국은 가능한 수단을 대부분 동원해 경제 살리기 총력전에 나섰다.
통화 당국이 먼저 움직였다.
지난해 2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던 한국은행은 3월에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내렸다.
한은은 3월의 금리 인하에도 소비 회복세가 확대되지 않고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메르스까지 발생하자 6월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0%로 다시 내렸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었지만 메르스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재정당국인 정부도 나섰다.
메르스에 가뭄이 겹치면서 산업계의 심리까지 극도로 침체될 위기를 맞자 정부는 2013년에 이어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부는 7월 초 국무회의에서 11조8천억원의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고 국회는 같은 달 말 11조5천639억원 규모로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노력에도 소비는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는 추석을 앞둔 8월에 소비진작 대책을 발표했다. 자동차와 대형 가전제품의 개별소비세율을 5%에서 3.5%로 내리고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다양한 소비 촉진 마케팅 행사를 마련했다.
덕분에 소비심리는 살아났고 수출 추락 속에 소비의 힘으로 3분기 경제성장률은 1.3%까지 상승했다.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의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해 장기적인 성장의 틀을 마련하려고 시도했다.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했고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개혁의 실마리도 풀었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 금융권의 성과주의 도입 시도, 인터넷은행 도입 등의 성과도 얻었다.
하지만 구조개혁을 뒷받침할 핵심 법안들이 올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해 주요 과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박근혜 정부 3년 차에 가시적 성과가 나왔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