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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환율전쟁…다시 '전면전' 조짐

May 26, 2015 - 10:06 By KH디지털2

글로벌 환율전쟁이 다시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에 예고도 없이 '자산매입 일시 확대'라는 카드를 꺼내 유로화 절하를 유도한 것이 원인이 됐다.

지난 1분기 경기 부진 이후 자신감을 회복하지 못한 미국과 완만한 회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이 ECB의 '도발'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환율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ECB의 선제공격…Fed 대응이 관건

ECB는 자산매입 일시 확대가 유동성을 고려한 조처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근 금리 급등과 이에 동반한 유로화 강세를 더는 묵인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소식에 유로화는 1.14달러 수준에서 1.11달러 중반까지 밀리며 3월 중순 이후의 상승분을 3분의 1 가량 내줬다.

유로화 하락과 함께 달러화는 오르고 독일 국채금리는 다시 급락했다.

유로존의 회복세가 초기단계에 그치고 있어 완전한 회복이 나타날 때까지 ECB의 이런 공격적인 완화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로존의 성장률은 0.4%를 나타냈다.

2년 만에 최고 수준이지만 미국이 2011년 말에 금융위기로 잃어버린 성장률을 회복한 것에 비하면 유로존은 4년이나 뒤처져 있는 것이다. 또 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전망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Fed는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했다. 금리 인상이 내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전망도 커졌다.

Fed는 20일 공개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최근 경기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다양한 근거들이 나왔다"면서 다수 위원이 달러화의 강세에 따른 순수출 감소 및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감소가 애초 예상보다 크고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Fed의 자신감이 크게 약해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 배경으로 달러가 강세가 지목된 것도 주목된다.

일찌감치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환율전쟁의 승자로 평가되고 있는 일본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연간 80조엔에 이르는 현재의 대규모 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물가상승률 2%' 목표를 위해 필요한 시점까지 양적·질적 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본의 완화정책 종결도 ECB만큼이나 불투명하다.

결국 유로존과 일본이 유도하는 달러화 절상을 미국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지가 환율전쟁의 전면전 여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미국 경기 회복세 붕괴 때는 '전면전'…QE4 가능성도

실제로 전문가들은 Fed가 첫 번째 금리 인상시기보다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무너질 가능성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8일 씨티그룹의 스티븐 잉글랜더 수석 외환 전략가는 만약 경기 회복세가 붕괴되면 달러화는 작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올랐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에서 2개 분기 동안 생산성이 하락한 것에 주목하며 이런 모습이 1분기 더 이어지면 고용이 줄어드는 불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제로금리 상황에서 Fed는 다시 '4차 양적완화(QE4)'를 내놓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환율전쟁'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잉글랜더 전략가는 전망했다.

그는 다만 미국 경제가 반등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회복세의 추락은 아직은 '꼬리 위험(tail risk: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일단 터지면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꼬리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이 사실상 환율전쟁에 동참했다는 분석도 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달러화 강세를 크게 우려하지 않던 미 당국의 태도가 달라졌다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올해 초만 해도 미국의 내수는 달러화 강세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런 기대가 실현되지 않으면서 미국은 환율전쟁에 뛰어들게 됐다고 분석했다.

달러화 강세가 부분적으로 미국의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Fed의 제로금리 탈출이 예상보다 늦게, 또 천천히 이뤄질 것으로 루비니 교수는 내다봤다.

ECB의 공격적 완화정책은 유럽의 비(非) 유로존 국가에도 경계대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가 자산매입을 일시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비(非) 유로존 회원국이 슬며시 환율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스위스와 스웨덴 등 일부 국가들은 환율 방어를 위해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으며 유로화 유동성이 더 투입되면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원치않는 상승압력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