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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찰 또 흑인 조준 사격, '정당방위?'

April 10, 2015 - 10:32 By KH디지털2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발생한 백인 경관의 비무장 흑인 '등뒤 총격살해'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노스찰스턴 경찰 당국이 해당 백인 경관인 마이클 토머스 슬레이저(33)를 즉각 살인 혐의로 체포하고 경찰의 몸에 부착하는 '보디캠' 도입 확 대 약속을 하는 등 발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슬레이저의 충격적인 등뒤 정 조준 사격에 대한 비판 여론은 고조되고 있다.

(유튜브)

특히 총격 희생자인 월터 라머 스콧(50)을 애도하고 슬레이저를 규탄하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것은 물론 대선주자들까지 직접 나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노스찰스턴 지부의 도트 스콧 회장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이 제보한 동영상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슬레이저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피상적인 수사를 통해 (정당방위였다는) 슬레이저의 주장이 진실로 둔갑하고 스콧이 범죄자로 묘사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스콧 회장은 또 "동영상이 없었다면 당국의 신속한 반응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당국은 (모든 사실을 즉각 인정하고 슬레이저를 체포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콧 회장은 "이번 사건 때문에 흑인들은 '백인 경관이 피부 색깔에 관계없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더욱 갖지 못하게 됐고 더 불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전날 밤늦게 트위터에 글을 올려 "너무 가슴 아픈 사건인 동시에 또 너무나 익숙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 다시 신뢰를 쌓고 사법시스템을 개혁해야 하며 모든 이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언급한 '너무나 익숙한 사건'이란 백인경관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공화당 잠룡인 외과의사 출신 벤 카슨도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 인터뷰에서 "(백인경관의 총격 살해) 동영상을 보고 경악했다. 길거리에서 저런 식의 '처형'(execution)이 일어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지적했고,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역시 "끔찍한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미 언론은 사건 경위와 시 당국의 후속 조치, 정치권의 반응 등 이번 사건을 집 중 조명하면서 시민 제보 동영상을 통해 정당방위였다는 슬레이저의 거짓말이 드러났지만, 의문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사건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어 공개한 페이딘 산타나(23)는 언론 인터뷰에서 "슬레이저의 주장과 달리 스콧은 테이저건(전기충격 총)으로 슬레이저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MSNBC 방송은 이와 관련해 슬레이저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았는데도 왜 조준사격을 했는지에 대한 근본 물음과 함께 스콧이 쓰러진 후 슬레이저의 그의 동료 경관이 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는지, 경찰 당국이 경찰차 내부의 녹화 비디오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 슬레이저가 스콧 피격 장소에서 총을 쏜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어떤 물건(테이저건 추정) 집어온 뒤 스콧의 몸 위에 왜 올려놓았는지 등의 의문점을 제기했다.

한편, 2013년 9월 슬레이저에게 테이저건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한 노스찰스턴 거주 흑인 마리오 기븐스는 CNN 인터뷰에서 공권력 남용 혐의로 슬레이저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미 언론은 '백인 경관에 의한 비무장 흑인 총격 사망 사건'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지난해 '퍼거슨 사태'와 비교하면서도 사태 전개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8월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총을 맞고 숨진 뒤 대배심이 불기소를 결정하면서 미 전역에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이어졌으나, 이번에는 사건 자체는 더 충격적임에도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면서 경찰 당국이 즉각 슬레이저를 살인 혐의로 체포해 시위가 아직 크게 확산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향후 수사과정에서 여론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거나 수사가 미진할 경우 사태는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