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미국 소크연구소(Salk Institute) 연구진이 복용하면 음식을 먹은 것처럼 느끼도록 몸을 속여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게 하는 '살 빼는 약'을 개발했다.
연구책임자인 소크생물학연구소 유전자 발현 연구실 로널드 에번스 박사는 6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복용 후 장에서만 작용하면서 부작용이 거의 없이 체중감량을 유도하는 다이어트 약 '펙사라민'(fexaramine)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재미 한국 과학자 황성순 박사와 서재명 박사가 논문의 제1, 2저자로 참여했다.
펙사라민은 최근 세계 주요 제약사들이 살 빼는 약을 개발하는 데 표적으로 삼고 있는 '파렌소이드 X 수용체'(FXR)에 작용하는 물질이다.
FXR은 음식을 먹을 때 활성화돼 담즙산 분비와 지방 연소를 유도하는 등 몸에 저장된 에너지를 소비, 새로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한다. 즉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물질을 활성화하면 지방연소 등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FXR을 표적으로 개발된 살 빼는 약들은 복용 후 핏속에 흡수되면서 장뿐만 아니라 간과 신장, 부신 등에 영향을 미치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이 펙사라민은 혈류에 흡수되지 않고 장에서만 작용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이 약을 실험용 비만 생쥐에 5주간 투여한 결과, 체중 증가가 멈추고 지방이 감소했으며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 펙사라민을 투여한 생쥐는 체온이 상승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백색 지방이 건강에 좋은 갈색 지방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에번스 박사는 "이 약은 상상 음식과 같다"며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람들이 보통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와 똑같은 신호를 보내 몸이 새로 섭취할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 즉 몸을 비우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펙사라민이 혈류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FXR을 표적으로 한 다른 약들보다 안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만과 대사질환에 대한 효과를 시험하기 위한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