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재판에 이 사건 목격자가 증인으로 나와 가해 병사들의 잔인한 범행을 증언했다.
윤 일병의 아버지는 가해 병사들에게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눈물로 호소했다.
26일 오후 1시 경기도 용인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윤 일병 사건 6차 공판에 윤 일병이 의무대에서 폭행당하고 숨지는 순간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핵심 목격자인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일병이던 김씨는 사건 이후 전역해 민간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왔다.
김씨는 올해 2월부터 윤 일병이 숨진 4월 6일 이후까지 지병 치료를 위해 윤 일병과 이모(26) 병장 등 가해 병사들과 함께 의무실에서 한 달여간 생활하며 가해 병사들의 가혹행위와 폭행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김씨는 가해 병사들이 얼굴과 가슴, 복부를 하루에도 수차례씩 때리거나 관물대 안 좁은 공간에 들어가게 한 뒤 발로 밟고 며칠씩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윤 일병에 게 행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하나하나 진술했다.
그는 "이 병장은 자신이 때리다가 지치면 다른 사람에게 때리게 하는 등 결과적 으로 모두 윤 일병을 때리도록 지시했다"며 "다른 가해 병사들도 '영창 갈 생각하고 때린다'고 말하며 윤 일병을 괴롭혔다"고 말했다.
윤 일병이 숨진 당일 기상 시간부터 윤 일병이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소변을 흘리며 쓰러진 오후 4시 30분께까지 자신이 목격한 끔찍한 장면들을 떠올리며 말을 더듬는 등 괴로워하기도 했다.
윤 일병을 엎드리게 한 뒤 복부와 옆구리를 걷어차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입에 있던 음식물이 바닥에 튀자 핥아먹게 하고 쓰러진 뒤에도 호흡과 맥박이 정상 이라며 다시 폭행했다는 김씨의 진술이 이어질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절로 나 왔다.
김씨는 "어떡해요. 이거 살인이에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으로 해요" 등 윤 일병이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가해 병사들에게서 들은 말까지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윤 일병의 피해 사실을 간부에게 말하고 가해 병사들을 말리려고 해봤지 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윤 일병 장례식 때 유족들에게 내가 본 일들을 말하려 고도 했는데 군인 신분이라 어려웠다"고 자책하며 증언을 마무리했다.
이날 증인 신문은 가해 병사들과 마주치기를 원치 않는다는 김씨의 요청에 따라 법정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중계시설을 통해 진행됐다.
지난 공판 때 재판부로부터 피해자 진술 기회를 받은 윤 일병의 아버지는 김씨에 이어 증인석에 앉아 미리 준비한 A4 용지 7장 분량의 피해자 진술서를 읽어내려 갔다.
윤씨는 "마흔이 넘어 얻은 귀한 아들이 온몸에 구타의 흔적들이 만연한 채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남은 가족들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매일 매일을 눈물 속에 살고 있다"고 울부짖었다.
또 재판부에게 "피고인들에게 법률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군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군대가 나라가 아닌 제 몸을 지키는 곳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아들의 죽임이 헛되지 않게 구타 및 가혹행위를 뿌리뽑아달라"고 주문했 다.
한편 이날 재판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위해물품 조사와 휴대전화 전원을 꺼달라는 군 관계자의 요구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며 거부해 10여분간 중단됐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 임 소장에 대해 감치명령을 내리고 현재 감치 재판을 진행 중이다.
또 유족 측이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가해 병사들의 가족이 법정에서 나갈 것을 요구해 휴정 이후 1시간 가까이 개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8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이 병장 등은 지난해 말부터 4개월가량 윤 일병에게 치약을 먹이고 입에 물을 들이붓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마대자루와 주먹 등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집단폭 행해 윤 일병을 지난 4월 6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