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구조되고 있다. 조타실 2미터 옆에 구명뗏목들이 줄지어 있고(오른쪽 동그라미), 세월호 한 선원의 손에 워키토키 무전기를 들고 있다 (왼쪽 동그라미).
세월호(6천825t급) 선원들이 조타실 바로 2미터 옆에 구명뗏목(구명벌)을 두고도 이를 작동시키지 않았다고 연합뉴스가 22일 보도했다.
이 날 해양경찰청과 당시 목격자 진술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선장 이준석(69)씨를 포함한 선원 10명은 조타실에 있다가 탈출했다. 이들은 오전 9시 30분께 사고지점에 처음 도착한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100t급)이 도착하자 경비정으로 옮겨 타며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수백 명의 승객을 배에 방치한 채 탈출하면서 조타실 바로 옆 구명벌(구명 뗏목)조차 작동시키지 않았다.
구명벌은 선박이 침몰하면 일정 수압에 의해 자동 팽창되는 튜브식 구조장비로, 상자의 잠금 장치를 풀어 수동으로 펼칠 수도 있다. 비상식량과 낚시도구까지 구비돼 있는데다 천막을 올려 입구를 닫아 해수 유입도 막을 수 있다. 겨울철이 아니라면 최대 10일까지도 버티게 해 주는 구조 장비다.
그러나 구명벌은 일반인이 평소에 접하기 힘든 생소한 장비로, 외관상으로 보아서는 어떤 용도로 쓰이는 도구인지 알기 어렵다. 즉, 선원의 안내 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한 전문도구다.
운항관리계획서 상으로는 세월호에 25인승 구명벌이 총 46개 있었고 실제로 조타실에서 불과 2미터 앞에 있는 왼쪽 선측에는 14개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현장상황을 담은 연속사진을 분석한 결과, 선원들은 구명벌을 바다에 던지지조차 않은 것으로 드러나, 승객들을 구명할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세월호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지금 배가 넘어간다"며 최초로 조난사실을 알린 오전 8시 55분에 구명벌을 바다에 투척하고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다면 수백 명의 인명을 구조할 수 있었지만 이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제주VTS 다음 교신 대상이었던 진도VTS가 오전 9시 24분 "방송이 안되더라도 최
대한 나가셔서 승객들에게 구명동의 및 두껍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바랍니다"라고 했지만 선원들은 해경 경비정이 언제 오느냐고 되물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선원들은 123정이 세월호 좌현에 바짝 붙자 서둘러 배를 빠져 나갔다. 이 때가 오전 9시 50분으로 400명에 가까운 승객이 여전히 배에 갇혀 있을 때였다.
구명벌을 바다에 투척한 것은 세월호 선원이 아닌, 123정 소속 해양경찰관이었다. 그는 선측 좌현 구명벌 14개 중 2개를 풀어 바다에 던졌다. 14개 모두를 던지지 않은 것은 선박 왼쪽 바다에 빠진 승객들이 서해 해경청 헬기 B511이 하늘에서 던져 준 구명벌 덕분에 대부분 구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당시 현장 사진에는 123정에 구조된 한 선원의 손에 워키토키 형태의 무전기가 쥐어진 장면도 포착됐다. 무전기로 선원들끼리만 상황을 공유하며 탈출했다는 주장을 강화시키는 대목으로, 이에 대해 합동수사본부가 심층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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