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지면서 37kg가 늘었는데, 폴댄스로 30-32kg 뺐어요.”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JK 댄스 스튜디오의 폴댄스 강사인 장연주(27)씨의 말이다. 기자가 본 장연주 씨는 5살난 아들을 둔 워킹맘으로, 댄스 강사답게 탄탄하게 다져진 몸매와 깍듯한 매너가 인상적이다.

급속히 늘어난 군살을 빼려고 다른 운동도 많이 했다는 그녀는 폴댄스 역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간헐적 헬스장 출입’과 ‘벼락치기 다이어트’로 점철된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 춤으로 몸짱이 된 그녀의 사례는 충분히 벤치마킹 할만하다.

그렇다면 폴댄스는 얼마나 운동이 되는 것일까?

 

폴댄스의 운동효과


“폴댄스를 15분동안 출 때 소모되는 열량이 러닝머신을 1시간 뛰는 것과 같아요. 특히 셀룰라이트가 가장 많이 모이는 부위인 엉덩이 바로 뒷부분이나 팔뚝 안쪽살, 등살 같은 곳들이 집중적으로 운동이 돼요. 자신감을 키우려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표정이나 제스처에 자신감이 넘친다.

“폴댄스를 하다 보니 살이 빠지는 것도 있지만, 식사량이나 칼로리 걱정을 덜하게 되니까 그것도 좋았어요.” 소모되는 열량이 많고 좋아하는 음식을 또한 더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임에 틀림없다. 

폴댄스는 원래 스트레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첫 15분 정도는 일반 스트레칭, 그 다음에는 폴을 이용한 스트레칭인 폴 스트레칭, 그리고 나서야 폴 피트니스로 들어간다. 통상 폴 피트니스는 한 동작마다 세 근육 이상이 함께 단련되는 고강도 운동이다.

“운동시간은 1주일에 2번이 적당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너무 자주 연습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근육이 지나치게 빨리 생기면 크기는 한데 예쁘지 않을 수가 있거든요.” 진솔한 대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폴댄스 레슨 개요


기본적 수업 내용은 어떻게 진행될까?

여자는 몸 균형을 고려해, 한 달에서 한 달 반정도는 자기 몸무게 만큼을 들어올릴 수 있는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그 다음엔 폴을 잡고 스핀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매 수업마다 스트레칭이 최소 15분을 차지한다.

궁금한 점이 생겼다. 몸무게가 무거운 사람은 폴에 오르지 못하는 걸까?

장연주 씨에 따르면 몸무게는 상관이 없고, 몸무게 대비 근력(힘), 또는 근육량의 비율이 중요하단다. 저체중이어도 근육량이 적어 근력이 약하면 스스로 폴에 오를 수 없고, 과체중이어도 근력이 세면 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취재 중에 유리벽 너머로 폴댄스 레슨 삼매경인 수강생들이 보인다. 하나같이 짧은 단색 숏팬츠에 몸에 붙는 반팔 혹은 민소매 티를 입고 있는데, 집중력이 대단하다.

그런데 강사가 남자다.

 
폴댄스에 빠진 직장인 남성들


장연주씨가 소개한 프로 폴댄서이자 JK 댄스 스튜디오 강사 동료인 정경민 씨. 긴 반팔 박스티에 무릎을 덮는 반바지를 입고 있다. SBS 스타킹에도 출연했다는데, 그 때 입었던 짧은 의상은 공연 때만 착용하는 복장인가 보다. 매의 눈으로 쉴 새 없이 동작을 지적한다.

그러고 보니 이곳 JK 댄스 스튜디오에 남자 직장인 수강생들도 있다고 들었던 것도 같다.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발견한 양 바짝 당겨 앉아 목소리를 낮췄다.

아직 보수적인 한국 사회인데. 남자 수강생들은 회사나 주위에 비밀로 하고 다니는 걸까? 여자친구도 아내도 모르는, 건전하지만 비밀스런 취미인걸까?

장연주 씨가 시원한 웃음을 터뜨린다. “아니예요. 오히려 당당하게 말씀하시고 소문 내세요 (웃음). 카스(카카오스토리)에 폴댄스 추는 사진을 바꿔가며 올리기도 하시고요.”

“사실 레슨 문의전화 주시는 남자분들이 정말 많아요. 여자 분들과 같이 운동을 하기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전화주시는 분들도 많고, 그냥 운동을 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렇게 시작했다가 운동효과가 기대보다 워낙 좋으니까 계속 하게 되시는 거죠.”

현재 국내에 폴댄스 스튜디오나 학원이 많이 생기면서 연습할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집에 폴을 설치하는 수강생들도 있지만 설치비용이 높고 연습을 잘 안하게 되기 때문에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그녀는 말했다. 



폴댄스의 대중화


폴댄스가 국내에 들어온지 아직 5년 안팎인지라 폴댄스를 백안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쇼나 곡예, 클럽에 설치된 폴을 연상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포츠로서의 폴댄스가 과연 대중화가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한 장연주 씨의 답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래도 갈수록 많은 분들이 폴댄스를 운동으로 받아들여주고 계시기 때문에 3년 안에는 어느 정도 대중화가 가능할 것 같다”면서 폴댄스 강사로서의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금과 달리 과거 폴댄스는 사실 전문 댄서나 연예인, 연예인 지망생의 전유물이었다. 폴댄스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된 것은 단연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첫사랑’에 나왔던 폴댄스 안무다. 

이에 앞서 2012년 10월에 발매된 가인이 두 번째 솔로앨범의 타이틀곡, ‘피어나’에서 폴을 잡고 공중을 걷는 안무를 선보였지만, 폴댄스 자체에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지는 못했다. 



“사실 폴댄스를 시도한 연예인 분들이 의외로 많았어요. 그런데 그게 완전히 이슈가 된 게 애프터스쿨 분들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현재 스튜디오의 폴댄스 수강생들은 연령대로 보면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이 가장 많고, 40대나 이상인 수강생들도 레슨을 받는다고 한다. 학생들의 경우, 연예인 지망생이나 무용, 체조하는 학생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폴댄스가 올림픽 종목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지금, 남녀를 불문하고 체대생들이나 트레이너들 사이에서도 점차 퍼지고 있다. 수강생 중에는 전 프로 골퍼도 있고, 외국인 수강생도 많다.

“외국 분들이 오히려 폴댄스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고, 다른 외국인 친구분들이랑 같이찾아오세요. 외국에는 이미 운동으로서의 폴댄스에 대한 인식이 국내보다 많이 보편화 돼있거든요.”

체대생, 트레이너들도 극찬한다는, 유산소-무산소 운동이 병행되는 폴댄스. 대중화에 성공해 바쁜 현대인의 생활의 건강한 활력소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코리아헤럴드 정주원 기자 (joowon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