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기 위해 꼭 백만장자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부터 연예인까지 너도 나도 ‘재능기부’ 외치며 그 의미가 모호해지고 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끼’와 ‘능력’을 자원으로 꾸준히 비물질적인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4년 째 불우한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자신의 옷뿐만이 아니라 시간, 전문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는 에너지 절약 홍보를 위해 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저 예산 영화에 의상을 만들어주고 국가대표 탁구 선수들 유니폼을 제작하는 등, 자신의 영역 안에서 의미 있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
이 디자이너는 “재능 기부가 일반적이 됐으면 좋겠다”며 “기업들도 하고 있고 작은 거지만 시민이 하는 것들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런 기부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트 중 눈에 띄는 한 명이 바로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이다.
그는 MBC와 손잡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3개월간 지도하면서 내면에 상처를 품고 있는 아이들이 그 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살아있는 음악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줬다.
올해 초 방영된 KBS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의 실제 모델인 이제석씨도 이런 움직임에 가세한지 오래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라는 반전(反戰) 포스터 시리즈로 유명해진 이제석 씨는 이런 공익 캠페인 광고들로 뉴욕 페스티벌, 클리오 어워드, 깐느 국제광고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 시상식들을 휩쓸어왔다.
그의 영어이름 Jeski를 따서 만든 Jeski Social Campaign(이제석 광고 연구소 재능기부센터)를 세움으로써, 이제석씨는 ‘광고쟁이’에서 사진 한 장, 혹은 문구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익 운동가’ 타이틀을 안게 됐다.
그가 세운 회사 홈페이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광고쟁의들은 손에 꼽힐 정도로 똑똑한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재능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보람찬 일이 뭐가 있을까? 우리는 좋은 광고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 사회에 좋은 것들을 창출 할 것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그 동안 갈고 닦은 영어 실력으로 재능 기부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시민 통역 자원 봉사 단체에서 전화로 통역을 해주는 일을 하며 책상 앞에서는 원장님, 쉴 때는 통역가로 불리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최 원장은 1998년 IBRD로 파견 되어 3년간 미국에서 생활 한 것 외에는 영어권 국가에서 거주한 경험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귀국해서도 꾸준하게 영어공부로 실력을 갈고 닦았고 자신의 언어적 능력이 더 좋은 곳에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오랜 노력 끝에 3:1의 경쟁률을 뚫고 BBB코리아의 통역 시험에 당당하게 합격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재능 기부가 꼭 특별하거나 엄청난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능력이라면 기술로, 지적 능력이라면 지식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그 무언가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힘쓰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나누는 길이라는 사명감. 그 사명감이 재능기부를 가능케 한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monicasuk@heraldcorp.com)
<관련 영문 기사>
Talent sharing redefines philanthropy
You need not be a millionaire to help others in need. A number of gifted experts and celebrities are proving this through their skills-donation activities.
Designer Lie Sang-bong has given out not only his clothes but also his time and expertise to the less privileged and social causes for the past four years.
The fashion guru sketched on a folding fan to raise awareness on saving energy, made costumes for a low-budget film, and designed a uniform for national table-tennis players.
“I hope sharing talent and knowledge becomes part of people’s lives,” Lie said. “Companies are actively taking part in such activities, but it makes it more meaningful, and beautiful, when people voluntarily do it.”
Among distinguished young artists that embrace the ethos is violist Richard Yonjae O’Neil.
He directed an orchestra of children from multicultural families, most of whom had unhappy memories of being bullied at school for their skin color.
The three-month project co-hosted by local broadcaster MBC featured heartwarming stories of how each child changed and regained confidence over time through music.
Another prominent example is Yi Je-seok, an internationally renowned art director whose most famous works include “What Goes Around Comes Around”-- a series of anti-war posters that swept a dozen major advertisement awards.
By establishing Jeski Social Campaign after his English name, Yi became a pro bono social campaigner who moves minds with a single picture, video or a phrase.
“Admen might have some of the world’s most creative brains. What could be the most rewarding thing they could do with their brains?” the firm says on its website. “We dare to define good ads and the ones that work for something good for our society.”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 Governor Choi Soo-hyun recently joined the talent donation move using his English language skills.
The top financial regulator moonlights as a pro bono translator at an interpretation service organization.
He only has three years of living experience in the U.S. from 1998, when he was dispatched to the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But he kept brushing up on his language skills and realized they could be put to a better use than moving himself forward, a shared outlook among those who share their talents.
By Suk Gee-hyun
(
monica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