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언론관을 보여 주목받았다.
이방카 보좌관은 2일(현지시간)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 인터뷰를 하는 중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나에 대해 완전히 정확하지는 않은 보도를 경험해봤다"며 "그래서 특히 사람들이 (언론의) 표적이 됐다고 느낄 때 갖는 우려와 불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나는 미디어가 국민의 적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방카 트럼프 (사진=AFP-연합뉴스)
연일 언론을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과는 거리를 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을 '국민의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공격해왔다.
지난달 29일에는 트위터에 뉴욕타임스(NYT) 발행인과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만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국민의 적'으로 바뀌었는지 대화를 나눴다"고 쓰기도 했다.
NYT는 이방카 보좌관의 발언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관을 공유하지 않는 유일한 정부 고위 관료가 됐다고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언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을 공유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여기 대통령을 대변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또다시 날을 세웠다.
그는 "그들은 내 딸 이방카에게 언론이 국민의 적이냐, 아니냐를 물었는데 그녀는 정확하게 아니라고 대답했다"면서 "국민의 적은 언론의 큰 분포를 차지하는 '가짜뉴스'"라고 트윗을 남겼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이방카 보좌관은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의 격리수용 정책으로 빚어진 논란을 백악관 입성 후 '최악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백악관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좋았던 때와 나빴던 때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만 "격리 정책 논란이 최악의 때가 아니었느냐"는 요지의 진행자 질문에 동의 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견해를 표현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나는) 가족의 분리, 부모와 자녀의 격리에 격렬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첫 부인인 이바나도 미국에 이민자로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불법입국 방식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미국은 법의 나라"라면서 "우리는 어린이가 인신매매되거나, 코요테들이 다니는 (야간에) 미국에 입국하거나, 혼자 여행하는 등의 위험에 처하도록 만드는 행동을 장려하는 것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난제"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들끓는 비판 여론 속에 불법 입국자-자녀 격리정책을 행정명령으로 철회한 데에는 이방카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 자녀의 엄마인 이방카 보좌관은 부친의 행정명령 서명 직후 트위터에 "우리 국경에서 가족 격리를 끝내는 중요한 행동을 취해준 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방카가 매우 확고하다"며 장녀의 반대가 철회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반대로 '가장 좋았던 순간'은 마약범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거의 22년을 감옥에서 보냈던 앨리스 마리 존슨(63)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감형됐을 때였다면서, 존슨이 교도소에서 나오는 장면은 "내가 봤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코카인을 운반하다 적발된 존슨은 초범인데도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으나 모범 적 수감생활과 배우 킴 카다시안의 석방운동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