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선고를 앞둔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1)의 이름을 딴 패션브랜드가 올해 출시된다고 미국 CNN 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인 구스만은 지난 2월 중순 자신의 이름과 서명에 관한 지식재산권을 아내인 엠마 코로넬이 경영하는 유한책임회사에 양도하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 회사의 공식 명칭은 '엘 차포 구스만(El Chapo Guzman)'으로, 올해 여름부터 의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 구스만의 재판을 방청한 아내 엠마 코로넬 (UPI=연합뉴스)
현재 야구 모자, 티셔츠, 진 재킷, 스웨트셔츠, 휴대전화 케이스 등의 디자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코로넬은 CNN에 보낸 성명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돼 너무나도 신이 난다. 우리 부부가 몇 년 전부터 구상한 아이디어에 기초한 사업"이라며 "우리 딸들에게 바치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미인대회 입상자 출신인 코로넬은 구스만과의 사이에서 낳은 7살 쌍둥이 딸을 키우고 있다.
구스만의 변호인 마이클 램버트는 "구스만은 아내와 두 딸을 위해 합법적인 기업을 세울 수 있기를 원했다"면서 "그는 이 회사로부터 한 푼도 챙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스만은 물론 그의 조직에 연루된 어떤 사람도 패션 회사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인 마리엘 콜론 미로는 "코로넬이 많은 디자인을 감독할 것"이라면서 "멕시코 경제를 돕고 일자리와 기회를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이 멕시코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패션회사의 수익금이 구스만의 바람대로 아내와 두 딸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십억 달러로 추산되는 구스만의 불법 마약거래 수익금을 쫓고 있는 미 사법당국이 이 회사와 구스만 사이의 관련성을 눈여겨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회사는 뉴욕에서 설립됐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샘의 아들'(Son of Sam) 법률을 근거로 회사 자산을 몰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샘의 아들' 법은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 행각에서 얻은 대중적 인지도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산 몰수 작업에 정통한 전직 미 연방검사 덩컨 레빈은 CNN에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로부터 돈을 벌지 못하도록 하는 이 법률에 따라 모든 수익금을 회사로부터 몰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마약 밀매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으로 유명한 구스만은 마약 밀매와 살인교사, 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0개 범죄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오는 6월 최종 선고에서 무기징역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