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층 건물 높이의 눈더미가 나를 향해 몰려 내려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네팔 강진으로 발생한 히말라야 눈사태에서 살아남은 싱가포르 출신의 산악인 조지 포울샴은 자신이 살아남은 건 기적이라며 AFP 통신에 이같이 말했다.
(연합)
그는 "눈더미를 피해 달렸지만 곧 쓰러졌고, 일어나려 했지만 또 쓰러졌다"면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죽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내 섰을 때 눈더미가 나를 지나갔고 내가 거의 다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BBC 방송은 26일 신혼여행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오른 영국인 부부 알렉스 채패테와 샘 슈나이더의 얘기를 전했다.
이들이 눈사태를 만난 건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해 '캠프1'에 막 도착해 등정 1단계를 마쳤을 때다.
채패테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땅이 심하게 흔들렸고 산악대장이 텐트에서 나와 얼음도끼를 잡으라고 소리쳤다"고 적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텐트 밖으로 나갔는데 눈더미가 우리를 향해 내려오는 것을 봤다. 강풍에 쓰러졌지만 일어날 수 있었고 텐트들 뒤에 있는 피난처로 뛰어가 얼음도끼로 우리 몸을 고정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다행히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아 눈 밖으로 빠져나와 더 안전한 곳으로 몸을 옮길 수 있었다고 적었다.
산악인들은 강진 이후 계속된 여진에 불안과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또 미국 심장병전문의 엘렌 갈란트는 끔찍한 사고에 가슴 먹먹함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9명의 부상자 중 25세의 네팔인 셰르파 한 명이 어젯밤 숨졌다"며 "혈압이 떨어졌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힘들어했다.
그녀는 "이제 눈사태가 진정됐지만, 매우 힘들다. 그 젊은 친구는 죽으면 안 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네팔인 요리사 칸차만 타망은 지난해 16명의 셰르파가 목숨을 잃은 눈사태 이후 가족들에게 베이스캠프는 안전하다고 안심시키고 일을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이 이제 끝났다. 루트는 파괴됐다. 이 산은 너무 큰 고통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출신 포울샴도 "에베레스트 등정을 위해 수년간 돈을 모았는데 산이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2년에 이런 거대한 눈사태가 두 번이나 일어나다니 너무 큰 우연"이라며 등정의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