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역주행에 '견제구'를 날리는 동시에 적극적인 '중일우호' 메시지를 발신했다.
시 주석은 2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일교류대회'에 참석해서 한 강연에서 "중일 교류는 2천 년을 이어왔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이 24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당(唐)나라 때 일본에서 온 사절, 유학생, 승려가 자신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안(西安)에서 공부하며 살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인물인 아베노 나카마로(阿倍仲麻呂)는 당대의 대시인 이백(李白)·왕유(王維)와 깊은 우정을 나누며 감동적인 미담을 남겼다"며 "17세기에는 중국의 유명한 승려인 은원(隱元)대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불교와 선진 문화·과학기술을 전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2009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기억도 떠올리며 "양국 국민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문화적 연원을 갖고 있고 역사적인 교류를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웃은 선택할 수 있어도 이웃국가는 결코 선택할 수 없다. 중국은 중일관계의 발전을 고도로 중시한다"며 "중일관계가 어떤 역사적 풍파를 거쳤어도 이런 기본 방침은 시종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일 간 현안인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그는 "올해는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즘 전쟁승리 70주년"이라고 전제하고 "일본이 군국주의 침략의 죄행을 감추고 역사의 진상을 왜곡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여름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를 견제했다.
또한 "일본 군국주의의 침략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중국인과 아시아 피해국민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정의와 양심이 있는 일본인들 역시 동의할 수 없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과거 전쟁에 대해 "일본이 대외 침략·확장의 길로 달렸기 때문에 중일 양국은 참혹한 역사를 경험했고 중국민에게 깊은 재난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훗날의 스승이 된다'면서 "역사를 깊이 새기는 것은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것이며 전쟁을 잊지 않는 것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을 언급하며 "중일 양국민이 덕으로서 진정한 친구가 될 때 세대로 계승되는 우호관계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양국의 유례 깊은 역사적 교류를 강조하는 동시에 일본의 역사인식을 비판한 것은 평범한 일본인들 전체와 침략 역사를 왜곡·미화하는 일본 우익세력에 대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중일 우호의 기초는 민간에 있고 중일 관계의 미래 역시 양국민의 손에 달렸다"면서 "우호의 씨앗을 뿌려 중일 우호란 큰 나무를 무성한 숲으로까지 키워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 관광교류 방중단 3천 명이 초청됐다.
시 주석은 인사말을 한 후 방중단을 이끌고 온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일본 자민당 총무회장과 약 10분 동안 선 채로 대화를 나누었다.
니카이 총무회장은 환영식 석상에서 시 주석에서 아베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그는 시 주석이 아베 총리와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서로 전략적 호혜관계를 추진해 나가면 양국 관계는 좋은 결과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아베 총리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날 이번 중일우호 교류대회와 시 주석 발언을 1∼2면에 걸쳐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인민일보가 1면 톱기사에 '중일 우호'에 관한 기사를 배치한 것은 근년 들어 보기 드문 일이다.
시 주석의 이날 환영 만찬 참석은 자민당 내 친중파인 니카이 회장의 입장을 배려해주는 모습을 취하면서 동시에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을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니카이 회장에게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아베 총리와 2차례의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이번에 환영 만찬까지 참석한 것은 중일 관계가 '대화 없는 갈등관계'에서 '대화하는 갈등관계'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평가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