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화장실이 없어 들판에 나가 용변을 봐야 하는 인도의 10대 소녀가 수치심 때문에 스스로 목매 숨졌다.
인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7.5%로 중국의 성장률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은 이런 경제 성장에서 소외된 농촌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도 동부 자르칸드 주 둠카 지역 한 마을에서 3일(현지시간)에 한 17세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인도 NDTV가 5일 보도했다. 이 소녀는 부모에게 야외에서 용변을 보기 부끄럽고 더위에 멀리까지 걸어가야 한다며 여러 차례 집안에 화장실을 만들자고 얘기했다.
하지만 운전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번번이 "우리는 가난하고 네 결혼 비용을 모으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며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소녀가 숨지기 전에도 화장실 설치 문제로 부모와 말다툼을 했다며 "비극적 사건"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한 공무원은 정부가 '클린 인디아' 캠페인의 하나로 집에 화장실을 만들면 비용을 지원하는데, 이들 부모는 이런 정책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도시 지역에서는 집에 화장실이 없어 야외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가구가 18.6%에 달하며 농촌은 무려 69.2%나 된다.
숨진 소녀가 사는 자르칸드 주의 농촌은 92.4%의 가구가 집에 화장실을 갖고 있지 않다.
공교롭게도 이 소녀가 숨진 날에 인도 정부는 2011년에 시작한 사회·경제·카스트 인구통계조사의 농촌지역 종합 분석 결과를 4년 만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도 전체 가구의 73%를 차지하는 농촌 지역 1억7천900만 가구 가운데 네 집 중 세 집(74.5%) 가장의 한 달 수입이 5천루피(8만9천원)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농촌 가구의 절반(51.1%)은 소유 농지나 고정된 직장이 없이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를 가진 집은 11%에 불과하고 오토바이나 낚싯배를 포함해 모터 달린 이동수단을 가진 집은 20.7%다.
그나마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보급률이 71.1%로 나타나 다른 물품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농촌개발부는 단순한 소득기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집이 있는지,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구성원이 있는지 등의 지표로 조사한 결과, 전체 농촌 가구의 31.2%가 빈곤층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아룬 자이틀레이 재무장관은 이번 분석결과가 인도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연방 정부 각 부처가 정책 수립의 중요한 근거로 삼겠다고 밝혔다.
자이틀레이 장관은 또 이 자료에는 1932년 이후 중단한 카스트 관련 조사도 80년만에 포함했으므로 대상 집단에 맞는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만 카스트 관련 분석 내용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