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왕' 구스만 땅굴 통해 탈옥…`쇼생크 탈출' 연상
July 13, 2015 - 09:10
By KH디지털2
멕시코의 '마약왕'으로 불리는 호아킨 구스만(56)이 2001년 교도소를 탈옥했다가 지난해 검거된 지 17개월 만에 영화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는 수법으로 다시 탈옥했다.
멕시코 국가안전위원회는 주말인 11일 오후 9시(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 인근 연방교도소가 구스만이 독방에 샤워하러 들어간 뒤 감시카메라에서 사라져 교도관이 방을 수색한 결과 샤워실에서 땅속으로 이어지는 굴을 발견했다고 12일 현지 언론에 밝혔다.
지하 10m 깊이의 굴에는 사다리가 놓여 있었고 길이는 1.5㎞로 건축공사를 하는 멕시코 주의 한 건물과 연결돼 있었다고 국가안전위는 설명했다.
특히 높이가 1.7m, 폭이 80㎝ 규모인 땅굴 내부에는 환풍구와 조명이 설치돼 있었을 뿐 아니라 바닥에는 레일이 깔려져 있었고 땅굴을 파낸 뒤 토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까지 발견됐다.
군경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서는 한편, 일대 도로의 검문을 강화하고 인근 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통제했다.
'키가 작다'는 뜻의 '엘 차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마약밀매와 살인 등의 혐의로 1993년 과테말라에서 체포돼 20년형을 선고받고 멕시코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2001년 탈옥했으나 작년 2월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됐다.
구스만은 마약조직 두목과 흉악범 등 악명 높은 중범죄자들을 수용하는 알티플라노 연방교도소에 갇혀 재판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구스만의 독방에서 탈출로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땅굴이 발견됨으로써 그가 갇혀 있던 지난 17개월 동안 외부의 조직 하수인 또는 교도소 내부 공모자가 탈옥을 도왔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몬테 알레한드로 루비도 국가안전위 위원장은 교도관 10여 명을 상대로 탈출 경위 및 공모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마약 밀매와 살인 등의 혐의로 500만 달러의 현상금과 함께 미국 사법당국의 수배도 동시에 받아온 그는 작년 검거될 당시 미국 언론이 '알 카에다 조직의 수괴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버금가는 성과'라며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구스만은 첫 번째 탈옥 전 15년 이상의 유기 징역이 확정된 흉악범과 마약사범을 수용하는 멕시코 중부 과달라하라 시 외각의 '푸엔테 그란데'라는 특수 교도소에 갇혀 있었으나 감시망을 비웃듯 유유히 달아났다.
당시 구스만은 세탁 용역업체 차량에 숨어들어 교도소를 빠져나왔고 감시카메라는 고장 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내부 공모 정황을 감지하고 수십 명의 교도관을 수사했다.
작년 구스만의 검거는 2012년 말 집권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 정부가 마약범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최대의 성과로 평가됐으나 또다시 탈옥함으로써 멕시코 교도 행정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정부 체면도 크게 구기게 됐다.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보유한 구스만이 이번에도 교도관들을 거액의 뇌물로 매수해 탈출까지 공모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멕시코 검찰은 작년 2월 구스만을 검거한 뒤 "다시 탈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국 사법당국에 신병 인도를 하지 않고 멕시코에서 재판하기로 했다.
구스만은 각종 마약을 미국을 포함한 유럽, 아시아 등지로 밀매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10억 달러 자산 보유가로 등록되는가 하면 오사마 빈 라덴에 이은 세계 두 번째 지명 수배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미국 시카고 치안당국은 2013년 구스만을 미국의 전설적인 갱 알 카포네에 이어 '공공의 적 1호'로 지목했다.
그가 이끄는 시날로아 조직은 멕시코 정부가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펼치던 2000년도 중반 미국 텍사스 접경 시우다드 후아레스라는 도시에서 '로스 세타스'라는 조직과 마약밀매를 둘러싸고 피비린내나는 유혈 다툼을 벌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