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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엄마찾아 삼만리' 네덜란드 입양아

March 16, 2015 - 10:09 By KH디지털2
"아마 어머니는 미혼모라서 저를 포기했던 걸 거예요. 지금의 저와 상황이 비슷하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이해도 되고요…."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생모를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5년 전 고국을 찾은 소냐 판 덴베르흐(36•여)씨는 16일 두 살배기인 자신의 딸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털어놨다.

판덴베르흐씨 역시 지금은 한국에서 남자친구와 동거하며 딸을 키우는 미혼모다.

1979년 2월 10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조산소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3개월 만에 한국사회봉사회(KSS)를 통해 네덜란드로 입양됐다.

당시 작성된 입양아동조서에 있는 그의 한국 이름은 '김은영'이다. 또 21살에 출산한 그의 친어머니는 조산소에 '좋은 가정의 양자로 보내달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생모의 바람에도 입양 후 그의 삶은 평탄치만은 않았다.

"친부모가 절 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너무 힘들었어요. 성장기를 외국에서 지내다 보니 정체성을 제대로 세우는 것도 어려웠고…. 아마 대부분 해외 입양아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일 겁니다."

19살 때 양어머니가 별세한 뒤부터는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생활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과정도 마쳤다.

그러던 그가 친어머니를 직접 찾아보리라 결심한 것은 2010년 이화여대 여성학과 대학원에서 장학생으로 박사 과정을 밟을 기회를 얻으면서부터다.

그 해 모든 것을 제쳐놓고 한국에 와서 이곳저곳을 수소문한 끝에 친어머니의 분만을 도운 조산사가 누구인지 알아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그는 "입양기관을 수 차례 찾았지만 출생기록 정도만 확인해줄 뿐, 사생활 보호라는 장벽에 막혀 부모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며 "한국에 머문 5년 간 사실상 성과가 없었지만 포기하기엔 찾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고 말했다.

올해 박사 과정 막바지인 그가 논문 주제를 '입양아'로 정한 것 역시 이런 간절함이 밑바탕이 됐다.

석사 논문에서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들이 현지인들과의 외모 차이 등으로 인해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느끼는 괴리감 등을 분석한 그는 박사 논문에서는 한국 입양아와 생모의 여러 사연을 묶어 이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트라우마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저와 같은 '비밀 입양'(closed adoption•생부모와 입양가정이 서로 신분 공개 하지 않는 입양방식)된 이들은 생부모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만 갖고 있어요. 직접 만나기가 곤란하시다면, 다른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잘 지내시는지 꼭 알고 싶습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