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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관들의 끊이지 않는 주류 밀매

April 7, 2015 - 09:55 By KH디지털2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6일 파키스탄 주재 북한 외교관 부부가 지난 1일 파키스탄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서 불법 주류 밀매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고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 부부는 카라치의 대규모 주택단지에서 현지인들에게 시바스리걸 등의 위스키를 팔다 적발됐다.

이 외교관 부부는 목격자의 신고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나 외교관 면책 특권으로 기소되지 않고 풀려났다.

북한 외교관들이 중동에서 주류 밀매를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2013년에도 북한 외교관들이 카라치의 고급 주택단지에서 술을 팔다가 조사받는 등 지난 2년간 3차례 적발됐다.

1998년 핵무기 기술 거래 의혹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던 파키스탄 주재 북한 외교관 부인의 피살사건도 실제는 주류 불법 판매에서 빚어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북한 외교관들이 이처럼 주류 판매에 목을 메는 것은 경제난으로 대사관 운영비와 월급 등 모든 것을 자체로 충당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라고 탈북 외교관들은 설명했다.

특히 이슬람 율법에 따라 주류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는 중동지역은 북한 외교관들에게 손쉽게 외화를 만질 수 있는 '노른자위' 부임지다.

면세점에서 보통 40달러 정도로 산 양주 1병을 70∼100달러, 30달러 정도인 맥주 1박스를 150달러 이상의 현금을 받고 넘기면 근무하는 3∼4년 간 거액을 벌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북한 외교관들은 공관을 주류 보관소로, 외교관 차량을 배달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부유층으로부터 서민, 외국인 학교의 근무자, 식당 등 곳곳을 파고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 거래에 매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재수가 없으면 걸려서 조사받을 뿐' 외교관 특권이 있어 구속될 염려는 없다.

북한 내부에서도 1990년대와 달리 현재는 돈만 있으면 주류 판매 정도는 처벌받을 사안도 아니다.

지난 2013년 파키스탄에서 불법 주류판매로 조사받았던 노주식 무역참사도 임기를 끝까지 마치고 평양으로 복귀했다.

이 때문에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빈틈'이 많은 중동 등에서 거액을 벌면 나중엔'선진국'에서 여유 있게 즐길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 스위스 주재 서세평 북한 대사다.

그는 카라치 대표부 서기관을 거쳐 이란 대사까지 역임하며 중동에서 거액을 번 '외무성의 손꼽히는 부자'로 전해졌다.

서 대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측근이자 외무상인 리수용의 후임으로 2010년 스위스 대사에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동은 외교관뿐 아니라 의료인과 건설노동자 등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셈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