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세간에 떠도는 장기밀매 관련 '찌라시'(사설정보지) 내용을 담은 쪽지를 보고 현장에 몰려가 인터넷 생중계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26일 서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한 일베 이용자가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받았다며 쪽지를 찍은 사진을 게시판에 올렸다.
쪽지에는 '은평구 XX동 XXX-XX호 지하 2층'이라는 주소와 함께 '여기 건물 2층에 조사팀과 보호해 주는 경찰 군인이 있다. 우리가 찾는 사람들이 있거든. 기술자 가게도 있는데' 등 두서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일부 일베 이용자들은 쪽지가 장기밀매 등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아닐까 의심하고 전날 오후 11시께부터 경찰에 잇따라 신고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행여 심각한 상황일지 모른다는 판단에 지구대와 형사과 직원들을 현장에 투입했다. 주소지는 낡은 다가구주택이었고, 집안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이날 오전 1시께가 되자 일베 이용자 10여명이 현장에 몰려왔다. 경찰의 조치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하는 이도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계속 반응이 없자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려고 하는 찰나 이 집에 사는 여성이 문을 열고 나왔다. "왜 밤중에 와서 귀찮게 구느냐"며 짜증스러운 반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쪽지는 이 여성이 시중에 떠도는 장기밀매 관련 찌라시 내용을 옮겨 적으면서 자신의 집 주소를 쓴 것이었다. 이 여성은 정상적 대화가 어려울 만큼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쪽지에 왜 집 주소를 적었느냐고 묻자 '나한테 신령이 내렸는데 그 신령이 시키는 대로 한 거다'라고 하더라"며 "이웃 주민들도 다 그런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단순 해프닝으로 보고 오전 3시50분께 철수했다.
일부 일베 이용자들은 "한밤중에 남의 집앞에 몰려가 민폐를 끼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현장에 있었던 이들을 비판했다. 인터넷상에서 '신상털기'를 당한 한 여성을 누리꾼들이 직접 찾아가며 상황을 생중계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소셜포비아'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