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의 범인들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본거지에서 직접 인질들을 참수하던 극렬 대원들로 확인됐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는 이른바 '외로운 늑대'와 같은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범행이 아니라 IS가 직접 조직하고 실행한 '유럽 대륙에 대한 공격'임이 명확해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Yonhap)
NYT와 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IS의 선전기구인 '알하야트 미디어 센터'는 이날 '그들이 어디에 있든 죽여라'(Kill Wherever You Find Them)라는 제목의 17분짜리 동영상을 IS 공식 텔레그램 채널 등에 유포했다.
이 동영상에는 파리 테러범 9명이 차례로 등장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인질 처형 등의 장면을 보여준다.
테러범 중 가장 어린 빌랄 하드피(20)는 지난해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떠나기 전 벨기에에 있는 모친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영상에서는 인질을 발밑에 무릎 꿇린 뒤 목을 잘랐다.
또 다른 테러범 사미 아미무르도 영상에서 참수한 인질의 머리를 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파리 외곽에 사는 그의 부친은 아들을 IS로부터 구하려고 직접 시리아까지 방문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NYT는 전했다.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폭한 오마르 이스마일 모스테파이는 인질의 목덜미를 잡고는 "우리는 '신자들의 왕'(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경칭)으로부터 너희가 어디에 있든 너희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Yonhap)
참수 또는 총살 장면을 촬영한 대다수의 테러리스트들과 달리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는 IS 깃발이 걸린 방에서 인터뷰를 하고 "우리는 너희가 여행 중이든, 출장 중이든 상관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너희들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 기대해라. 전사들이 너희를 죽이러 나타날 것"이라고 협박했다.
인질을 살해하는 내용, 바람이 강하게 부는 사막의 모래 언덕에서 주로 촬영된 점 등으로 미뤄 이 영상의 촬영 장소는 IS의 본거지인 시리아나 이라크로 추정된다.
영상에 등장한 파리 테러리스트들의 국적은 벨기에 4명, 프랑스 3명, 이라크 2명 등으로 이들의 신원은 앞서 19일 발간된 IS 영문 선전지 '다비크'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NYT는 영상 속 몇몇 테러리스트들이 옷깃에 마이크를 달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스스로 '셀프 촬영'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들이 과연 IS로부터 범행을 직접 지시받은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으나, 범행 전 촬영한 이번 영상의 공개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NYT는 평가했다.
파리 테러 당시의 혼란스러운 현장 모습을 교차 편집한 동영상에서 IS는 자신들을 향한 공습 규모를 확대한 영국을 향해서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사진을 내보이며 "'쿠프르(이교도)의 대열에 선 누구라도 우리의 칼끝에 서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