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획사 대표의 동생이 소속사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도 미성년자인 다른 연예인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다수 연예인이 미성년자인 국내 연예계 실상을 고려해 연예기획사가 전속계약과 관련해 준수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하겠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연합뉴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국악 소녀' 송소희 씨가 전 소속사와 6년 가까이 전속계약 분쟁을 벌인 끝에 사실상 승소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송씨의 전 소속사 대표 A씨가 송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송씨의 전속계약 2014년 6월 적법하게 해지됐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송씨는 2013년 7월 A씨와 계약기간을 2020년 7월까지로 하고 수익 배분을 5대 5로 정하는 내용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A씨의 동생이 2013년 10월 소속사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자, 송씨의 아버지가 이를 이유로 그해 11월 계약 해지를 구두로 통지했다.
이어 2014년 6월에는 "동생이 소속 가수를 성폭행해 재판을 받는 등 도저히 도덕성을 믿을 수 없게 돼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A씨에게 보냈다.
A씨는 "송씨가 전속계약에 따라 5대 5로 분배해야 할 정산금을 2013년 8월 이후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5억2천22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소속사 대표 동생이 소속사의 다른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다른 연예인 전속계약의 해지사유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A씨의 동생이 소속사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황은 당시 미성년자인 송씨의 연예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데도 A씨의 동생이 송씨의 차를 운전하게 하는 등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행동을 했다"며 2014년 6월 송씨 아버지가 내용증명을 A씨에게 보낸 때 계약이 해지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의 정산금과 소속사가 송씨의 연예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 등을 합한 총 3억700여만원을 소속사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2013년 11월 구두통지로 계약이 해지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구체적 해지 사유도 적시되지 않았고, 통지 이후에도 A씨와 송씨가 이 전속계약을 전제로 한 활동을 일부 한 점 등에 비춰 계약을 확정적으로 상실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전속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