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20대 동거남을 엽기적으로 살해하고 달아났던 명문 의과대학 중견 교수와 영국 유명 대학 직원이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에 법정에 섰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과 CBS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시카고 시내 아파트에서 동성 파트너 트렌튼 코넬-듀런로(26)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노스웨스턴대학 의대 윈댐 레이뎀 교수(43)와 공범인 영국 옥스퍼드대학 재정사무관 앤드루 워런(56)이 시카고 소재 일리노이주 쿡 카운티 법원에서 첫 사전심리를 받았다.
(사진=AP-연합뉴스)
이들은 범행 후 수수께끼 같은 도피 행각을 벌이다 지난 4일, 사건 발생지로부터 약 3천500km 떨어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경찰서에 자진 출두했고 시카고로 이송됐다.
검찰은 법정에서 "온라인 채팅룸에서 시작된 성적 판타지가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졌다"며 레이뎀 교수와 워런이 온라인에서 만나 몇 달씩 대화를 나누면서 누군가를 함께 살해하고 동반 자살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레이뎀 교수가 미생물·면역학계의 저명한 학자이며 전과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판사는 "아무리 훌륭한 학문적 성과가 있다해도 혐의와 무관하다"며 기각했다.
판사는 "흉악 범죄 혐의에 비춰볼 때 피의자 모두 잠재적 위험성을 갖고 있고, 도주 가능성이 있다"며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검찰은 "레이뎀 교수가 워런을 아파트로 불러 범행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게 시키고 피해자를 공격했으나, 워런은 녹화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나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워런도 공격에 가세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넬-듀런로는 온몸 70여 군데에 자상을 입었다. 목이 베이고 폐동맥이 파열되는 등 끔찍하게 살해됐다"고 설명했다.
코넬-듀런로는 미시간 주에서 미용학원을 졸업하고 최근 시카고로 이주했으며, 워런은 사건 발생 이틀 전 난생처음 미국 땅을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레이뎀 교수의 변호인은 검찰 주장이 워런의 진술에 기울어있다며 레이뎀 교수에 대한 비난을 유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레이뎀 교수가 범행 후 렌터카를 빌려 워런을 태우고 서부로 도주하면서 피해자 명의로 시카고 성소수자(LGBT) 전용 '하워드 브라운 헬스센터'에 현금 5천610달러(약 640만 원), 위스콘신 주 레이크 제네바 시립도서관에 1천 달러(약 110만 원)를 각각 기부했다고 전했다.
레이뎀 교수는 사건 발생 15시간 만에 자신의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익명의 제보를 했고, 확인에 나선 경찰에 의해 피해자가 발견됐다.
검찰은 레이뎀 교수와 워런 모두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공개된 후 노스웨스턴대학 측은 레이뎀 교수를 해임했고, 옥스퍼드대학 측은 워런에 대해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