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금융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40대 여성 A 씨는 2010년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한 영국 남성을 만났다.
자신이 영화감독이라고 밝힌 이 백인 남성은 매너 있는 말투와 유머 등으로 금세 A 씨의 호감을 샀다.
처음으로 온라인 데이트를 한 지 석 달 후 이 남성은 A 씨에게 급하게 1만 홍콩달러(약 140만원)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30만 파운드를 지니고 말레이시아에 갔다가 관련 법규 위반으로 구금돼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남성에게 푹 빠져있던 A 씨는 아무 의심 없이 말레이시아의 계좌로 돈을 보내줬다. 이후로도 이 남성은 여러 이유를 들어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고, A 씨는 그 부탁을 모두 들어줬다.
그렇게 8년 동안 A씨가 보낸 돈은 무려 1천400만 홍콩달러(약 20억원)에 달한다. 보낸 횟수는 200번 이상이었다.
자신의 예금마저 다 써버린 A 씨는 이 남성의 부탁을 들어주고자 급기야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이에 가족들이 사기꾼 아니냐며 의심했고, 뒤늦게 정신을 차진 A 씨는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다.
이 같은 '온라인 로맨스 사기'가 홍콩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찰에 신고된 온라인 로맨스 사기 피해액은 모두 7천590만 홍콩달러(약 106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이상으로 늘어난 액수다.
더구나 지난달엔 A 씨가 사건을 신고했고, 이달에도 두 명의 여성이 총 800만 홍콩달러(약 11억원)의 피해를 신고했다. 이를 합치면 올해 들어 5개월 동안 피해액은 지난해 전체 피해액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온라인 로맨스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1억800만 홍콩달러(약 15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피해 건수는 전년의 두 배 이상이었다.
온라인 로맨스 사기 피해자의 93%는 여성이었고, 이들 가운데 전문직 여성도 12%에 달했다.
홍콩 경찰은 "온라인 로맨스 사기의 목적은 '사랑'이 아닌 '돈'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며 "온라인 데이트를 할 때는 상대방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하고, 의심스러우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