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틀랜타 총격 현장서 증오범죄 근절 촉구하는 현지 한인들 (연합뉴스)
"범인이 내게도 총격을 가했다. 너무나 무섭고 죽을 것 같았다"
한인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생존자 김모(48) 씨가 24일(현지시간) 애틀랜타 한인 매체 '애틀랜타K'와 인터뷰에서 당시 긴박하고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은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3곳의 스파와 마사지숍에서 총격을 가해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어서 인종범죄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김씨는 3명의 한인 사망자를 낸 골드스파에서 근무했고,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다. 그녀는 총격 직후 911에 전화해 신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씨는 애틀랜타K와 인터뷰에서 총격 당시 스파 내 직원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며 끔찍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용의자가 울린 벨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3발의 총소리가 들려왔다"면서 강도가 든 줄 알고 대피하러 문을 열고 나갔다가 복도에 동료 직원인 박모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는 자신을 본 범인이 방으로 쫓아와 2발의 총을 쐈다면서 "너무 겁이 나서 비명을 질렀더니 아마 총에 맞은 줄 알았는지 더이상 총을 쏘지 않았다"고 위험천만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범인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갔다"라고도 말했다.
정신을 차린 김씨는 잠시 후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갔고 3명의 동료가 희생된 것을 발견했다.
그는 "너무나 무섭고 죽을 것 같았지만 911에 신고를 했다"며 이어 남편에게도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김씨는 롱에 대해 "우리 업소에 자주 왔다고 하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면서 "내가 우리 가게에서 가장 오랜 일한 편인데 (롱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말도 없이 침착하게 총을 쏘는 롱의 모습이 아직도 무섭다고 했다.
김씨는 "사건 이후 내가 왜 혼자 살아남았는지 후회가 되고, 나도 따라 죽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 때문에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사건 이후 정신과 전문의에게 치료까지 받는 형편이다.
김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범인에 대해 끝까지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눈물을 훔쳤다고 애틀랜타K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