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밤 9시 아프리카 티비에서 김대균토익킹 생방송을 진행 중이다. 1월 첫 게스트로 모신 박세정 영어mc의 영어 학습 조언과 뉴스 영어 표현을 읽어보자!
“내가 쟤보단 영어 잘하지.”
영어를 ‘진짜’ 잘하고 싶다면, 이 생각부터 버리자. 물론, 자신감을 갖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혹시 문법이 틀릴까, 발음이 별로일까 걱정하면서 입을 떼지 못하는 것보단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 게 실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영어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온 학습자들, 특히 Advanced learners (고급 학습자)에게는 ‘선을 넘는 자신감’이 독이 되기 쉽다.
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했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GSIS)에서는 영어로 모든 수업을 듣고 논문까지 영어로 썼다. 캐나다에서 영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고, 현재 1년에 평균 150회씩 국제회의를 영어로 진행하는데, 따져보니 지금까지 1350회 이상의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이 이력을 봤을 때 내 영어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거다. 하지만 나는 내 영어가 얼마나 부족한지 다행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쟤보단 영어 잘하지.’라는 교만에 빠지지 않으려 매 순간 노력한다. 얼마 전 만난 통역사 친구가 나에게 “박 아나는 성장 중독인 것 같다.”라고 얘기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성장 중독’이라 안주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는 걸까?
영어는 한국인들에게 외국어다. 완벽하게 구사하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영어로 생활하며 공부할 수 있는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환경이라면 조금 나을 수 있으나, 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모국어인 우리말을 사용할 때도 오류를 범하는데, 외국어인 영어를 완벽하게 해낼 수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할까? 절대 아니다. 신기하게도 언어는 노력한 만큼, 내 몸이 체득한 만큼 그 결과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초급 학습자는 실력이 금방 는다. 하지만, 중급이 되면 실력 향상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고급이 되면 발전하는 건지 퇴보하는 건지 티가 잘 안 난다. 이미 내 실력을 평가할 만한 사람들이 거의 없기도 하다. 이때 우리는 오해한다. ‘내 영어가 드디어 경지에 이르렀구나.’ 하지만 슬프게도, 이 생각을 할 때부터 티가 나게 퇴보하기 시작한다.
“언어 공부엔 끝이 없다.”
상투적인 이 말은 비극적이게도 사실이다. 아무리 실력을 키워놨어도, 멈추면 퇴보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끊임없이 공부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발전한다는 뜻이 된다. 자신의 영어 실력에 살짝은 자만하고 있는,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부족한 건 알지만 들킬 일이 없어 공부를 쉬고 있는 학습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언어 공부엔 끝이 없다. 그러니, 내 영어 실력을 누군가와 비교하며 기분이 좋아진다면, 비교를 멈추고 공부하자. 외국어인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날이 죽기 전까지 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겸손한 마음으로 꾸준히 공부하느냐에 따라 내가 읽을 수 있는 문장, 구사할 수 있는 말,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1.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인정하고 나면, 더 이상 자책할 이유도, 좌절할 이유도 없다.
2. 다만,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었을 때 타인과 비교하며 교만에 빠지는 건 피하자. 겸손한 마음가짐이 발전의 첫 걸음이다.
3. 영자신문으로 영어 공부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어휘의 뉘앙스 차이를 파악할 수 있고, 국제 이슈도 함께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영자신문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내용은 버리고 기사의 제목 ‘헤드라인’만 파헤쳐 보자. 국내 언론사의 번역본을 보면서 비교하면 훨씬 쉽게 공부할 수 있다.
5. 포기하지 말자. 영어 공부는 모두에게 어려우니 좌절할 필요도 없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한다면, 국제 시장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 실제로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유용한 뉴스 영어 표현을 공유한다.
첫 번째 표현
endorse
2022년 6월 15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China’s Xi fails to endorse Putin over Ukraine in call with Russian leader.”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지 않았다.)
endorse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지하다’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왜 support를 안 쓰고 endorse를 썼을까? 뉴스 기사에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어휘를 우선적으로 쓰는 게 원칙인데, 왜 굳이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쓰지 않는 endorse를 쓴 걸까? 이유는 ‘뉘앙스 차이’ 때문이다.
support도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뜻이지만, 그 주장을 인정하고 거들어주는 정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endorse는 거들어주는 걸 넘어서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러니까 중국은 당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support 하긴 하지만, endorse까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예시
Analysts expect voters to endorse the law.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 법안에 손을 들어줄 거라 전망한다.)
British Premier Sunak fails to endorse call for cease-fire in Gaza.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가자지구 휴전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두 번째 표현
besieged
2022년 10월 19일, 워싱턴 포스트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A besieged Lis Truss faces Parliament as UK inflation passes 10%.”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으면서, 포위된 리즈 트러스는 의회와 맞서게 되었다.)
리즈 트러스는 44일만에 퇴임을 선언한 전 영국 총리다. 취임하자마자 감세 정책을 발표했는데 파운드화의 가치가 심하게 추락하면서 국민들의 의심을 샀고, 결국 정책을 번복했다가 퇴임까지 하게 됐다. 이때 워싱턴 포스트는 ‘besieged Lis Truss’라는 표현을 헤드라인에 썼다. besiege는 ‘포위하다. 에워싸다.’라는 의미인데, 실제로 그녀가 포위됐다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 어휘를 사용한 걸까?
처음에 리즈 트러스가 감세 정책을 발표했을 땐, 그래도 그녀의 편에 선 소수가 있었다. 하지만 정책을 번복한 후에는 아무도 그녀의 곁에 없었다. 기댈 곳 없이 고립된 상태,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졌던 것. 이 상황을 워싱턴 포스트는 ‘포위된 리즈 트러스’라고 묘사한 것이다.
예시
Gaza is besieged by famine.
(가자 지구는 기근으로 고통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