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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 12년만의 탄핵 정국서 뒤바뀐 배역

朴대통령 '탄핵 역풍' 수습 주역서 탄핵 대상으로

Dec. 9, 2016 - 11:48 By 임정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에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2004년 탄핵정국의 핵심 당사자들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처지에 놓여 관심을 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회 본회장에 의원총회를 마친 새누리당 의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는 야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박 대통령 탄핵안이 보고 됐다. (사진=연합)

당시 탄핵에 '결사항전' 하던 인물들이 이제는 최전선에서 탄핵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당시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은 이제 탄핵표결의 대상이 됐다.

2004년 탄핵에 대한 찬반이 갈리며 대립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한목소리로 탄핵을 찬성하는 등 '적'과 '동지'가 뒤바뀌는 모습도 연출됐다.


◇ 탄핵 역풍에 맞선 朴대통령…탄핵 대상으로 =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는 박 대통령을 향한 탄핵 반대파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졌다.

탄핵안 표결이 열린 3월12일 국회 속기록을 보면 누군가가 "박근혜 의원, 뭐하는 거야!", "박근혜 의원, 공개투표 하지마!" 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이 기표소를 완전히 가리지 않고 투표를 하는 것에 대해 탄핵을 저지하려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당시 탄핵안 가결 이후 한나라당이 민심의 역풍에 처하자 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의당 의원들(오른쪽)이 '즉각탄핵'이라고 쓴 피켓을 의석 앞에 붙이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당 의석에 붙어 있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 (사진=연합)

당시 한나라당은 탄핵을 주도한 최병렬 대표 대신 박 대통령을 수장으로 세웠고, 박 대통령은 당사를 천막으로 옮기면서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며 효과적으로 당을 추슬렀다는 평가 속에 한층 정치적 입지를 단단히 했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2016년,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진행되는 자신을 겨냥한 탄핵 표결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 의장석 점거했던 정세균 의장, 이제는 손에 의사봉을 = 2004년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가장 강력한 탄핵 반대파 중 하나였다.

정 의장은 당시 탄핵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김부겸 의원 등과 함께 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이제는 정 의장이 탄핵안 가부에 대해 방망이를 두들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 의장의 경우 탄핵안 발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탄핵안 표결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당시 자신이 행한 '점거' 행위를 이제는 정 의장이 앞장서서 막아야 한다는 것도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정 의장과 함께 강력히 탄핵안에 반대했던 이종걸 송영길 의원 등 다수의 야권 의원들도 이제는 탄핵을 앞장서서 통과시켜야 하는 처지가 됐다.


◇ 추미애와 정동영, 적에서 동지로?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묘하게 엇갈린 관계도 관심을 끈다.

노 전 대통령은 2012년 16대 대선을 앞둔 마지막 유세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정치인으로 "정동영도 있고 추미애도 있다"고 말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후 2004년 탄핵에서 두 사람은 정반대 위치에 섰다.

당시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사 반대했고, 탄핵안 가결에 대한 역풍이 불고 나서는 정국수습을 주도하면서 야권의 지도자급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졌다.

반면 추 대표는 당시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이후 역풍에 직면하며 '삼보일배' 등 참회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추 대표는 아직도 탄핵에 찬성한 것을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은 9일 본회의장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다시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탄핵에 모두 최전선에 서게 된 추 대표의 경우에는 이번 탄핵안 가결에 자신의 정치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의원 역시 당내에서 누구보다도 탄핵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