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대 소년이 치사율 97%에 이르는 '뇌 파먹는 아메바'에 감염됐다가 극적으로 생존했다.
미국 언론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는 시배스천 디리온(16)이 지난 50년간 이 병에 걸린 환자 중 4번째로 살아남은 환자라고 소개했다.
(DeLeon Family/Florida Hospital Orlando via AP)
플로리다 주 보건국에 따르면, 디리온은 한 개인 소유 수영장에서 수영하다가 '뇌 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에 감염됐다.
지난 5일 수막염과 흡사한 증상을 보이면서 극심한 두통을 호소한 디리온은 통증 발생 30시간 만인 7일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아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디리온의 척수액 검사에서 아메바의 흔적을 발견하고 '뇌 먹는 아메바' 감염을 확신한 의료진은 즉각 처치에 나섰다.
ABC 방송에 따르면, 의료진은 먼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에서 아메바를 죽이는 데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뇌척수막염 치료제인 밀테포신을 12분 만에 병원 인근 제조사에서 구해 긴급 투여했다.
그러나 효능이 더디게 나타나자 의사들은 디리온의 체온을 33도로 신속하게 낮추고 인위적으로 혼수상태를 유도했다.
인간의 평균 체온은 36.5도로, 35도 밑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은 저체온증을 호소한다.
주치의인 움베르토 리리아노 박사는 "아메바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데, 이를 냉각시키면 물혹이 된다"고 설명했다.
물혹은 주위 조직과 뚜렷이 구별되는 막과 내용물을 지닌 주머니를 뜻한다.
다시 말해 디리온의 체온을 낮춰 아메바를 물혹이 되게 한 뒤 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감염 치료에 나섰다는 뜻이다.
의료진은 치료 후 수일 동안 혼수상태에 있던 디리온을 깨우고 삽입한 기도관을 제거했다.
몇 시간 후 깨어난 디리온이 걷고 말을 하자 의료진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뻐했다.
디리온의 모친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기적을 주셨다"면서 생명이라는 선물을 선사한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건넸다.
의료진은 신속한 밀테포신 처방을 기적의 으뜸 원인이라고 봤다.
지금껏 아메바 감염자 4명 중 3명에게 투여된 것으로 알려진 밀테포신은 CDC의 처방 추천을 받았지만, 아직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공식 사용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일간지 플로리다 투데이가 소개했다.
의료진은 디리온을 살린 이 응급 처방이 '뇌 먹는 아메바'를 치료하는 미국 전역의 응급실에서 기준이 되기를 바랐다.
주로 오염된 물에 기생하는 '뇌 먹는 아메바'는 수영하는 사람의 코를 통해 뇌에 침투한 뒤 세포를 파먹고 뇌를 붓게 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감염자는 초기에 두통과 열병, 구토 등에 시달리다가 나중엔 뇌 손상으로 환각증세와 행동 이상, 마비 증세를 보인다. 감염 후 사망에 이르는 기간은 1∼9일이다.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이 병에 걸린 사람 138명 중 4명만 생존했다. 치사율이 무려 97.1%에 달한다.
다만, 생존자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의학자들이 명확하게 규명한 내용은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