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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표 “당심 아닌 민심 듣길…독재 시절 투쟁 방식 버려야”

By Cho Chung-un;Jung Min-kyung;Kim Arin
Published : May 31, 2024 - 18:08

김진표 국회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코리아헤럴드=조정은· 정민경· 김아린 기자]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얻은 득표 중 90~95%는 당원도,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에 의한 것입니다. 장관도 나이 어린 의원에게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높여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이기 때문입니다. 22대 국회가 이를 기억하고 국민 눈높이를 최우선으로 두길 바랍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9일 코리아헤럴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의장은 진영·팬덤 정치가 국회를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상대당을 악마화하는 선전장으로 전락시켰다”며 국회의원들이 “당심이 아닌 민심을 듣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본회의가 파행으로 끝난 것에 대해 김 의장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 없이 각자의 입장만 고집하며 목숨을 건 싸움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우리 사회 각계가 발전하는 동안 정치만 낙후 돼 있다”며 “선진국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이제는 군사독재 시절에 유효했던 ‘사생결단식 정치’와 결별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 일문일답.

-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재작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을 때 얘기다. 펠로시 의장이 DMZ를 방문하고 오느라 국회에 1시간 늦게 도착했었다. 의장 간 회담을 마치고 언론 발표까지 하고 나니 점심 시간이 꽤 늦어졌다. 펠로시 의장이 김치를 좋아한다. 오찬에 앞서 짧게 인삿말을 나누는데 내가 얘기하는 동안 펠로시 의장이 깍두기를 손으로 집어 먹더라. 한식하면 밑반찬인데, 너무 잘 드시길래 더 가져다드리라고 했다.

그 때 펠로시 의장과 의기투합해서 한미의원연맹 만들기로 했고, 양국이 이듬해 2월에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나면 한미의원연맹이 바로 발족할 것이다.

- 의회외교 성과를 꼽는다면.

▲ 올해 4월에 우리 국회의 워싱턴 출장소라고 할 수 있는 의회교류센터를 만들었다. 미국 의회와 이런 플랫폼을 갖춘 나라는 전 세계에서 호주와 한국 뿐이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이 통과될 때 일본은 사전에 알고 대비해서 피해를 안 겪었다. 우리는 정부도 모르고 기업들도 몰랐다. 그 이후 우리나라 10대 기업들이 워싱턴 출장소를 만들었다.

우리 국회도 정기적으로 정보 교환을 하며 평소에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둬야 한다. 사안마다 어느 주의 어느 의원과 협의해야 하는 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IRA 때 처럼 겉돌지 않을 수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한중의회연맹을 창설해서 동맹 중심 외교의 한계를 보완하는 체제를 출범시켰다.

-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제도화하려면 선거제 개편이 필수적이다. 취임 초부터 전원위원회도 열고, 웹 조사도 하고 여러 시도를 했는데 성과를 못 이룬 게 가장 아쉽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득표율은 단 5.4%p 앞서는데, 의석수는 71석이나 더 많이 얻었다. 45%에 가까운 유권자 투표가 다 사표가 됐단 얘기다. 좋은 선거제도가 아니다. 이처럼 승자가 독식하는 지금의 선거제는 각당이 지지층만 바라보고 중도층은 외면하게 한다. 본회의나 상임위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선전장으로 전락했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다.

- 여야 정쟁에 대한 우려를 강조해왔는데.

▲ 군사독재 시절 사생결단식의 정치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 시절엔 절대권력에 대항할 방법이 목숨을 건 투쟁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더 이상 독재국가가 아니다. 국민들은 다 안다.

예전엔 이런 “all or nothing” 정치가 야당의 전유물이었다. 작년에 이재명 대표도 단식 오래하지 않았나. 야당의 전통이다. 그런데 이젠 여당도 똑같이 하고 있다. 이번에 채상병 특검 때문에 다른 건 아무것도 못 하겠다더라. 연금 포함 국민들을 위한 중요한 의제가 많은데 안타깝다.

- 퇴임 후 계획은.

▲ 국가 공무원으로 30년, 정치인으로 20년 총 50년이나 쉬지 않고 일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큰 행운이다. 우리 사회에 돌려드려야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저출생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싶다.

정책 개발을 위해 “Global Innovation Studies”라는 연구원을 열 계획이다. 후배 정치인, 후배 관료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

- 저출생 원인은 어떻게 진단하나.

▲ 근시안적 접근법이 문제다. 최소 15-20년 일관된 정책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려면 개헌 밖에 방법이 없다. 우리는 5년 단임제라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만 제시해왔다. 정책 연속성을 위해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

문제는 국회가 워낙 불신을 받고 있어 개헌 논의가 쉽지 않다. 대통령의 권력을 줄여서 국회에 나눠준다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를 안 한다. 권력 구조가 아닌, 저출생 해법이 개헌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 저출생 해결을 위한 구체적으로 해법은.

▲ 우리도 주요 선진국처럼 복수국적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전 세계에 708만 명에 달하는 해외동포가 한국에 와서 당당히 일할 수 있게 국적법을 고쳐주자. 우리 사회 전반에 인력부족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 54만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부족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력은 숙련된 인력이다. 여러 정부부처에서 분산해 담당하고 있는 이민· 외국인력 정책 등을 통합 관리할 범정부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저출생 상황에서도 생산연력인구를 확보할 길이다.

- 22대 국회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 국회의원은 당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라가거나 팬덤이나 당심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 22대 국회의원들이 자기를 공천해준 정당에 대한 충성 이전에 유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분들의 삶을 개선하고 새로운 미래 희망을 갖게 해주는 정치를 펼치길 바란다.

〈전문〉

[Herald Interview] 'Fandom politics must end to protect Assembly democracy'

Kim Jin-pyo, the speaker of the 21st National Assembly and a political heavyweight with 50 years in public service, views the widespread phenomenon of fandom politics as a major obstacle to the country's representative democracy. He believes this trend is the primary cause of increasing political confrontations, which continue to undermine the spirit of compromise and dialogue, and hinder the advancement of Korean politics.

“South Korea currently faces a crisis regarding the Assembly representing the democracy,” the five-term lawmaker said in an interview with The Korea Herald at the National Assembly in Yeouido, Seoul, on his last day as Assembly speaker Wednesday.

“Because politicians today focus too much on securing a fan base and supporters through extreme ways, the plenary sessions and standing committee meetings are now abused as a platform to rally their fans. This undermines the original purpose of the Assembly itself, which is to join heads to resolve the issues of public livelihoods through discussion and mutual concede,” he added.

The rise of social media and several star politicians’ moves to vilify its opponents has exacerbated the culture of fandom politics in Korea, which has become a major risk to representative democracy, according to Kim.

“The easiest way for politicians to secure a fan base is to vilify their opponents. With the public actively involved in social media, it also makes it easy for such fandoms to come together.”

The biggest regret throughout his term as the Assembly speaker was failing to bring about reform to the current electoral system, Kim said. The reform would be a resolution to the existing risks that weigh on the country’s representative democracy.

“The problem with the current electoral system was well-reflected in the latest April 10 general election,” the now-former Assembly speaker noted.

“The main opposition Democratic Party of Korea defeated the ruling People Power Party by a 5.4 percentage point margin. This means that some 45 percent of the entire vote was ignored and wasted … It means that the current electoral system goes against its most important principle which is to uphold the principles of proportionality and representation of the entire public.”

Korea’s economy and society achieved rapid growth in recent decades, but its politics have failed to match the same level of growth, Kim lamented.




By Cho Chung-un (christory@heraldcorp.com)
Jung Min-kyung (mkjung@heraldcorp.com)
Kim Arin (ar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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