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P 페드로 콘세이상 인간개발보고서 국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코리아헤럴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소득 높아
여성에 대한 편견 10년간 오히려 증가
[코리아헤럴드=김아린 기자] “경제·정치 분야에 있어 한국의 성별 격차는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큽니다.”
페드로 콘세이상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인간개발보고서국(Human Development Report Office) 국장은 지난달 29일 코리아헤럴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에서 지난 30년간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지만, 여성의 경제적 권한과 정치 참여 관련 지표에서는 남성과 “격차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을 살펴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을 벌고 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도 또한 남성보다 20% 가까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이는 “한국 여성은 경제적 기회에 있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 미만으로 “매우 낮다”며, 정치 분야에서도 성 격차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다른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의회의 3분의 1 정도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그만큼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콘세이상은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 또한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고했다.
그는 UNDP가 사용하는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10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조사 결과에서 한국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성 격차가 두드러지는 정치 경제 분야에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보다 기업 임원·정치인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에서 ‘그렇다’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취하는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 성평등 달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런 결과는 여성의 지위가 나아지는 것에 대한 “백래시(backalsh)”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성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성평등에 있어서 한국이 발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여성의 기대 수명, 모성 사망률, 청소년 출산율 등 건강에 관련된 성평등 지표에서는 한국이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적인 수치만 두고 보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며, 다만 “비슷한 경제 규모의 다른 국가들만큼 성 격차가 좀처럼 빠르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UNDP에서 수석 경제 전문가를 지낸 콘세이상은 이처럼 성 격차가 큰 사회는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처럼 남성의 소득이 여성의 두 배에 달하고, 경제 활동 참가율도 20% 이상으로 남성이 앞설 때, 그 사회는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 1990년대부터 경제, 건강 그리고 교육 면에서 “매우 균형 잡힌 방식으로 놀라운 성장”을 했다며, 비록 “성 불평등과 같은 과제도 아직 남아있지만, 진전을 계속 이루어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ar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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