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Aug. 4, 2019 - 09:09
한강몽땅 종이배 경주대회…폭염 속 이색 피서
서울 최고기온이 33도를 찍은 지난 2일, 한강잠실공원 안내센터 앞 둔치의 하얀 천막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골판지를 이리저리 자르고 붙이는 모습이 한창이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한강몽땅축제' 프로그램으로 개최한 종이배 경주대회 참가자들이었다.
두꺼운 골판지로 사람이 탈 수 있는 크기의 배 모양을 만들고 거기에 랩을 둘러 종이가 젖지 않도록 했다.
(연합뉴스)
평범한 모양의 배에서부터 지붕을 단 수상 택시, 함포를 장착한 군함, 노란색과 초록색 물감으로 색칠한 배 등 다양한 결과물이 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두 자녀와 참가한 최승혁(44) 씨는 "방학을 맞아 프로젝트처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어제 집에서부터 아이들과 함께 논의하고 배를 설계했다"며 "만드는 데 4시간 정도 걸렸다"고 웃었다.
최씨의 자녀들은 "작게 만들었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뜰까 말까 모르겠다"며 "아빠와 한강에서 배를 만드는 게 정말 재밌다"고 즐거워했다.
팀당 5만원을 낸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배를 만들었다. 경주대회는 배가 완성되기 시작한 오후부터 신청을 받아 일정 숫자의 팀이 모일 때마다 열리는 식이었다.
이날 2차 대회에서 우승한 'SEK' 팀은 마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신은아(48) 씨와 그의 외국인 손님들로 이뤄졌다.
신씨는 "이 친구들 중 한 명이 지난해에도 이 대회에 나왔다가 정말 재밌었다면서 올해 다시 왔다. 내년에도 또 올 것 같다"며 미숙해도 한강에서 저희끼리 설계하고 만드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한강 종이배 경주대회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을 탔다고도 했다.
신씨는 "어제 홍콩에서 온 관광객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이 대회 참가를 정말 예약하고 싶었지만, 하는 방법을 몰라서 못 했다고 하더라"며 "우리는 참가한다고 하니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신씨의 팀은 우승 상품으로 화장품, 철원 쌀, 종이 트로피 등과 함께 즉석에서 제작한 상장을 받고 즐거워했다.
이어 열린 이 날의 3차 대회 참가자들은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출발선에 섰다. 온종일 땀을 쏟으며 공을 들여 만든 배의 진가를 확인할 시간이었다.
안타깝게도 물에 닿음과 동시에 침몰하는 배도 눈에 띄었다. 출발 휘슬이 울리고 선두가 수상 50m 지점 반환점을 돌아 복귀할 때까지 제자리만 맴도는 배도 많았다.
(연합뉴스)
중간에 침몰해도 구명조끼를 입은 참가자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떠 있으면 주변의 안전요원들이 다가와 구조해줬다.
대회 전반의 실무를 맡은 김영주 서울시 주무관은 "종이로 만드는 배이다 보니 균형을 잘 맞춰서 만들지 않으면 나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종이배 경주대회는 2014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계속하게 됐다"며 "이제는 마니아층이 생겨서 매년 참가하는 가족들이 있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성황리에 열리는 종이배 경주대회지만, 참가자들이 배에 랩을 너무 많이 감는 점은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골판지로 기본 구조를 잡았다고는 하나 거의 모든 배가 사방을 랩으로 몇 겹씩 둘러 사실상 '랩 배'나 다름없었다.
올해 종이배 경주대회는 주말인 4일까지 이어진다. 3, 4일은 이미 각 180개 팀이 참가 신청을 마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