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는 71년 만에 윔블던 결승서 매치 포인트 잡고도 패배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와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가 벌인 올해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은 이 대회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클래식 매치'가 됐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올해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는 페더러를 3-2(7-6 1-6 7-6 4-6 13-12)로 물리쳤다.
윔블던에서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는 그 가운데 세 번이나 결승에서 페더러를 꺾고 정상에 오르는 묘한 인연을 이어갔다.
이날 조코비치와 페더러의 결승전은 4시간 57분이나 소요됐다.
그나마도 올해 개정된 규정 덕에 5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윔블던은 지난해까지 마지막 세트의 경우 타이브레이크 없이 한 선수가 2게임 차 이상으로 앞서야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게임스코어 12-12가 되면 타이브레이크를 치르도록 규정이 바뀌었고, 그 결과 이날 조코비치와 페더러의 경기는 5시간을 넘기지 않을 수 있었다.
종전 윔블던 최장 시간 결승전 기록은 2008년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과 페더러가 벌인 경기로 당시 4시간 48분이 소요됐다.
당시 나달과 페더러의 경기는 나달의 3-2(6-4 6-4 6-7 6-7 9-7) 승리로 끝났다.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35분에 시작한 경기가 밤 9시 16분에 끝났는데 비 때문에 3세트와 5세트에 경기가 중단된 시간을 제외하고 4시간 48분이 걸렸다.
또 2009년 페더러와 앤디 로딕(은퇴·미국)의 결승전은 페더러의 3-2(5-7 7-6 7-6 3-6 16-14) 승리로 끝났고 이때는 4시간 16분간 경기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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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한 조코비치는 또 71년 만에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매치 포인트를 내주고도 우승한 선수로 기록됐다.
조코비치는 5세트 게임스코어 7-7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내줬고, 이어진 페더러의 서브 게임에서도 40-15로 끌려갔다.
연달아 두 포인트를 따내야 듀스를 만들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포핸드 실책과 자신의 위너를 묶어 위기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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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는 한 포인트만 가져왔더라면 만 37세 11개월로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최고령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매치 포인트를 잡고도 이기지 못한 사례는 1948년 존 브롬위치(호주) 이후 올해 페더러가 무려 71년 만이다.
당시 브롬위치는 밥 팔켄버그(미국)와 결승에서 2-3(5-7 6-0 2-6 6-3 5-7)으로 졌다.
조코비치는 "불행하게도 이런 경기에서 한 명은 져야 한다"며 "팬들이 '로저'를 더 많이 외쳤지만 나에게는 '노바크'라고 들렸다"고 말했다.
이날 영국 팬들은 어쩌면 마지막 우승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페더러를 더 많이 응원했다.
조코비치는 "내가 치른 가장 힘든 경기 중 하나"라며 "2012년 호주오픈에서도 나달과 6시간 가까운 결승전을 치렀지만 정신적으로 오늘 경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힘들었던 소감을 밝혔다.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놓친 페더러는 "그런 엄청난 기회를 놓친 것을 빨리 잊으려고 노력하겠다"며 "둘 다에게 우승 기회가 있었고 나는 나의 경기력에 만족한다"고 아쉬운 속내를 털어놨다.
페더러는 이날 실제 포인트에서는 218-204로 오히려 조코비치를 앞서고도 세 차례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