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호감을 갖는 사이라도 상대방이 기습적으로 키스를 했다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같은 법리에 따라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 직장동료를 강제추행죄로 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30대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34)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더라도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상을 넘는 신체접촉에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며 "피고인이 직장동료로부터 기습추행을 당했다는 것이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직장동료 B씨가 기습적으로 키스를 하고, 길을 걷다가 강제로 손을 잡는 등 강제추행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불기소처분했고, 이에 B씨가 A씨를 무고로 고소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해서도 고소내용이 허위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지만, 법원이 공소제기 결정을 내려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A씨와 B씨가 서로 호감 갖는 사이였다는 점을 고려해 6대 1 의견으로 유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가 배심원들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고소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라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고소한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