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중학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A(14)군은 사망 직전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수치심과 가혹 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판결문에 따르면 B(14)군 등 남자 중학생 3명은 지난해 11월 13일 새벽 인천 한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A군을 공원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욕설과 함께 다짜고짜 "전자담배 줄래 아니면 맞고 끝낼래"라며 겁을 줬고, 때릴 듯 손을 치켜들기도 했다.
A군이 B군 아버지의 얼굴을 두고 험담과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게 공원으로 끌고 간 이유였다. 맞는 게 싫었던 A군은 결국 14만원 짜리 전자담배를 빼앗겼다. 전자담배를 순순히 건네줬는데도 친구들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 B군 등은 A군을 인근 다른 공원으로 데리고 갔다. 여중생 2명도 합류했다.
(연합뉴스)
이들은 A군이 도망가지 못하게 에워쌌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후 가슴·얼굴·배 등 온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중생들은 "그만해"라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말렸으니깐 나중에 경찰한테 걸려도 죄가 안 된다"며 장난스럽게 떠들었다.
동물을 풀어준 뒤 쫓아가 잡는 이른바 '사냥놀이'도 벌어졌다. B군이 "5초 줄 테니 도망가 봐. 대신 잡히면 죽는다"며 비웃었다. A군은 이때 도망쳤지만, 다음 날 오후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는 친구들의 거짓말에 B군 자취방을 찾았다가 인근 아파트 15층 옥상으로 재차 끌려갔다.
B군과 평소 알고 지낸 또 다른 여중생 C(16)양도 이때 합류했다. B군은 옥상에 들어서자마자 A군에게 "30대만 맞아라. 한번 피할 때마다 10대씩 늘어난다"고 협박했다. B군이 발로 A군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차 넘어뜨린 뒤 배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수차례 때리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게 하고 뒤통수를 발로 차거나 옥상 난간 쪽으로 끌고 가 떨어뜨릴 것처럼 위협도 했다. 잠시 뒤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A군은 "살려주세요"라고 크게 소리쳤다. 그러나 옥상에 올라온 사람은 없었고 소리를 질렀다는 이유로 A군은 더 심한 폭행을 당했다.
B군 등은 C양 앞에서 A군의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겨 수치심을 줬고, 담배 3개를 입에 물린 뒤 옆구리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벨트를 풀어 머리를 내리치거나 목을 졸랐고, 씹던 껌과 가래침을 A군 입안에 뱉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린다"고 협박을 받은 A군은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호소했다. 극심한 공포심과 두려움을 느낀 A군은 잠시 기절한 시늉도 했으나 C양에게 발각돼 또 얻어맞았다.
A군이 폭행을 당하던 옥상 외진 곳에서는 출입문이 보이지 않았다. 출입문 쪽으로 가려면 몸을 반쯤 구부리고 지나가야 하는 5m가량의 통로도 있었다. 옥상에서 도망가는 건 불가능했다. A군은 잠시 폭행이 멈춘 사이 아파트 옥상 난간으로 가 매달렸다. 두 손을 놓았고 15층 아래 화단으로 떨어져 숨졌다.
옥상에서의 생애 마지막 78분 동안 A군은 성인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가혹 행위와 폭행을 당했다. 코피가 나고 얼굴 전체가 부어오른 상태였으며 입술이 터져 피를 흘리기도 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14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B군과 C양 등 10대 남녀 4명에게 장기 징역 7년∼단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들의 폭행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 담 바깥쪽에 매달린 다음 그 아래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 위로 뛰어내려 탈출을 시도하다가 중심을 잃고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폭행 행위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실족해 사망할 수 있다는 예측도 할 수 있었다"고 상해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가정·학교·사회가 아직 소년인 피고인들을 보호하면서 충분하게 교육하지 못한 잘못 또한 비극의 원인이 됐다"며 "피고인들 역시 다른 의미에서는 피해자라고 볼 수도 있지만,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은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