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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수시전형 위해 복싱선수로 급조…1라운드도 안뛰고 우승

By Yonhap
Published : May 2, 2019 - 09:28
고교생 딸의 체육특기자 수시전형 합격을 위해 딸을 복싱대회에 출전시키고 승부 조작을 한 체육 입시학원장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업무방해, 배임증재 미수,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A(48) 씨와 B(51), C(36) 씨 등 3명을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체육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A 씨는 딸이 고등학교 2∼3학년이던 지난 2015∼2016년 복싱을 전혀 해보지 않은 딸을 전국대회 등 3개 복싱대회에 출전시켰다.

A 씨의 딸은 이 가운데 1개 대회에서 우승하고 2개 대회에서는 준우승했다.

복싱 초심자가 이 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던 것은 복싱대회 여자부의 경우 체급별 선수층이 얇아 대회 출전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에 더해 아버지인 A 씨가 승부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A 씨는 딸을 포함해 단 2명이 출전한 한 대회에서 상대 선수의 코치 B 씨에게 경기 시작 전 기권해달라고 요구, B 씨가 이를 받아들여 A 씨 딸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나머지 두 대회에서는 출전자가 각각 4명, 3명이어서 준결승부터 치러야 했는데 상대 선수들이 감기몸살 등의 이유로 기권해 A 씨 딸은 두 대회 모두 결승전에 무혈입성했다.

A 씨는 두 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후배인 C 씨를 통해 상대 선수 코치들에게 각각 200만원과 50만원을 주겠다며 기권해달라고 청탁했지만, 상대 선수 코치들이 거부했다.

이에 A 씨는 딸에게 결승전을 기권하도록 했고 A 씨 딸은 3개 대회에서 1라운드 1초도 뛰지 않고 우승과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A 씨는 이러한 수상경력을 내세워 딸을 서울 소재 유명사립대학교에 체육특기자 수시전형으로 입학시키려 했지만 합격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경찰은 복싱대회에서 승부 조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A 씨 등의 범행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체육 입시학원장이자 지역 복싱협회에서 임원을 맡고 있어 나름 복싱계에서 영향력이 큰 편"이라며 "이 때문에 B 씨는 돈을 받지 않았지만, A 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자신의 선수를 기권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A 씨 딸이 준우승한 두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라간 경위도 의심스럽지만,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경기 시작과 동시에 상대가 기권해도 메달을 지급하는 복싱대회 운영방식의 문제를 대한복싱협회에 통보하고 체육계 비리, 입시 비리에 대해 지속해서 수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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