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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창진, “조씨 자매 밀수입 의혹, 미국이 직접 나서야”

By Bak Se-hwan
Published : May 7, 2018 - 14:40
지난 4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 최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을 포함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과 비리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직원들이 직접 거리에 나선 것이다. 언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 견과류 서비스에 불만을 표하며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회항시키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한 지 약 4년 만이다.

‘땅콩회항’ 사건 이후 대한항공 재벌의 ‘갑질경영’에 맞서며 여전히 끝나지 않은 힘겨운 싸움을 이어온 박창진 전 사무장은 이번 집회가 열리는 과정을 어떤 심정으로 바라보았을까.



사진=코리아헤럴드 임정요 기자


당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하고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박 전 사무장 역시 이날 집회에 사회자로 참석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했다.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된 후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박 전 사무장은 “(재벌 갑질에 맞서) 이겨내고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4년이란 시간을 참고 견뎌왔다”며 “이번 시위로 재벌 갑질 문화가 당장 뿌리뽑히진 않겠지만, 피해를 보고 있는 다른 을들에게 작은 씨앗을 마음속에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는 4일 오전, 저녁 늦게 있을 집회 참가 준비에 여력이 없을 박 전 사무장을 만나 ‘땅콩회항’ 이후 4년 만에 촉발된 이번 직원들의 분노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었다. 






KH: ‘땅콩회항’ 이후에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을 규탄하는 등 1인 시위를 계속 해오고 있다. 

박창진 전 사무장
: 당시 그 사건은 많은 언론이 다루었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접근이 없었다. (조 씨 일가는) 좋은 변호사를 통해 죄를 감면받으면서도 본인 면피를 위해 내뱉는 사과문에는 피해자의 문제, 피해자의 시각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재벌들의 자극적인 행위에 대한 이야기만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그 얘기가 잦아들고 나면 개선에 대한 얘기는 쏙 들어간다. 그게 (최근 조현민 관련) 사태가 반복되는 이유인 것 같다.

KH: 오랜 시간 사측과 맞서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가?

박창진 전 사무장
: 제게 대표권이 주어지진 않았지만 ‘이왕 피해를 보고 있으니 나라도 나서서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지난 4년 동안 피해자임에도 혼자서 생존게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다른 약자들의 상황도 똑같다. 최근 조현민 사태를 통해 대중에 알려진 것이고 4년 전과 같이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방안이 없으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재벌을 위해 일하는 약자들은 그들로부터 피해를 받아도 당당하게 말할 수 없다. 말하는 순간 불이익으로 커리어, 돈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내부 비리고발자들은 사회로부터 박수받는 게 아니라 처절할 정도로 짓눌린다.

KH: ‘땅콩회항’ 이후 4년 만에 촉발된 이번 직원들의 집회를 보면서 만감이 교차할 듯하다. 

박창진 전 사무장
: 이 집회는 인터넷상에서 정말 용기를 내 뭉친 직원분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주변 친구들한테 항상 듣는 질문이 ‘그 혹독한 환경에 내몰리면서 왜 계속 다니고 있냐’다. 이런 질문에 대해 ‘나는 잘못이 없는데 권력 하위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해서 왜 내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제일 컸다.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것처럼 갑질을 못 본 척 하고 권리를 포기하는 게 더 편한 길일 수 있지만 그건 공정한 게 아니고 반칙이다. 나 한 명이라도 생존해서 살아남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 이후에 누군가에게는 마치 가이드북이 될 수 있고 ‘저 사람도 저렇게 했으니 나도 용기를 낼 수 있구나’ 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대한항공 조직 내에서는 피해를 받고도 알릴 수 없는 조직원들에게 작은 씨앗을 마음속에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언젠가는 씨앗이 햇빛을 받아 발화하는 것이다. 이번 집회가 그 발화점을 촉진한 것 같다.

KH: 조 씨 일가의 갑질 및 밀수입 행위 등이 안전 운항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박창진 전 사무장: 밀수입 (의혹) 관련, 물건이 전달 과정에서 구겨지기라도 하면 담당 항공직원은 바로 징계와 불이익을 당한다. 이게 무서우니까 다른 승객들에게 갈 서비스 시간과 노력을 (조 씨 일가) 물건을 보호하는 데만 쏟게 돼 승객의 안전을 도외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태는 항공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객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편의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그들의 막강한 권력과 권한을 이 사회가 묵인하고 있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 나아가 조 씨 일가가 주로 명품을 구입한 곳은 뉴욕 등 미국이다. 조 씨 일가의 밀수입 관행은 우리나라 관세법뿐만 아니라 미국 실정법도 명백히 위반한 범죄행위로, 미국에서도 자체적으로 철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민간항공사인 이들이 여객기를 이용해 물건을 신고하지 않고 어떻게 미국에서 반출해 빼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이렇게 운송된 물건들은 공항에서 엑스레이 통관도 없이 반출됐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사로운 물건이겠지만 휴대용 가스제품 등 안전 운행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물건을 자유자재로 반입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KH: 재벌의 갑질 행위는 비단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창진 전 사무장: 나를 포함한 많은 분이 내가 이 회사에서 버티지 못하고 싸움을 중도포기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벌써 4년이란 시간을 참고 견뎠다. 오늘(4일) 시위 또한 ‘뭐가 달라지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바뀔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바뀌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갑을관계, 피해자 보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작은 시작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국민들도 믿었으면 좋겠다.

코리아헤럴드 박세환 (sh@heraldcorp.com), 임정요 기자   
(kaylal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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