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 후 치러질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서, 후보자 여론조사를 비판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언론인 대상 교육이 23일 진행됐다.
이 날 교육을 진행한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소속 류정호 팀장은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앞세우는 기사를 접할 때 표본이 된 응답자의 수와 조사에 쓴 수단을 꼼꼼히 보고, 숫자 뒤에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은 또한 여론조사 수치를 남발하기보다 후보자의 정책이 무엇인지,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분석하는 기사로 유권자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여론조사는 양날의 검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인지도를 수치화할 수 있는 도구인 동시에 2차적 여론을 형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잘 알지 못하던 후보라도 여론조사 결과에서 호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유권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 돌아보게 되는 효과가 있다.
사례를 들자면 2002년 노무현 대 이회창의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이 앞서던 중 이회창에게 긍정적인 여론조사가 나오자 한동안 노무현의 여론이 뚝 떨어졌다가 대선 목전에 회복하며 당선된 바가 있다. 이처럼 여론조사의 힘을 무시할 수 없기에 후보자들은 선거 기간에 심혈을 기울여 여론조사를 시행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카카오톡 단톡방을 열어 유권자를 초대한 후 여론조사 중계를 하며 “50대 응답은 다 찼으니 20대로 응답하시고 A 지역은 끝났으니 B 지역으로 응답하라”는 둥 성, 연령층에 대한 거짓응답을 유도한 사례를 고발한 적이 있다.
또, 20대 할당량을 채우기가 어려워서 한 명이라도 20대가 응답을 하면 그 응답을 5배로 부풀려 여론조사를 채워넣는 일도 있다. 선관위는 이를 최대 2배로만 책정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여기에 착신을 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해 한 사람당 전화 수십 대를 받는 것도 있다. 지방선거는 응답률이 낮아 대부분 사람은 전화로 걸려오는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데, 그 전화가 걸려오면 바로 임시 휴대폰으로 착신을 해서, 한 사람이 두 번, 세 번, 네 번 응답을 하는 것이다.
선거 여론조사의 역사적 오보로 유명한 두 사건은 1936년 더리터러리다이제스트 (The Literary Digest)와 1948년 시카고트리뷴 (Chicago Tribune)이 있다.
전자는 프랭클린 D. 루즈벨트와 알프 랭던의 여론조사를 행했는데, 1천만명이나 조사해 2백4십만의 응답으로 랭던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압도적인 격차로 루즈벨트가 당선됐다.
더리터러리다이제스트는 이후 공식사과문을 내고 폐간하게 된다.
역대급 수치의 표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오차가 난 이유는 표본의 대표성이 확보되지 못해서다.
여론조사가 이루어진 요일, 시간대, 방식 등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자를 타겟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당시 더리터러리다이제스트가 조사를 시행한 표본대상은 전화번호부, 자동차등록부, 지역클럽회원이었는데, 모두 1930년대에는 소위 가진 층이었던 것이다.
시카고트리뷴의 경우엔 1948년 “듀이가 트루만을 이기다”라는 헤드라인으로 1면에 내보낸 기사가 트루만의 대승으로 완벽한 오보가 되며 물의를 빚었다. 이는 선거일 2주 전에 한 조사로, 2주 사이에 트루만은 굉장히 설득력있게 유권자에게 다가가 스윙을 일으키고 있는 시점이었던 것이다.
시카고트리뷴의 조사는 그 변화를 포착할 수 없는 너무 이른 시기에 일어났고, 전화와 우편으로 병행했지만 1948년도에도 유선 전화는 중상류층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경제적 소득수준이 낮은 유권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것이 허점이었다.
여론조사는 또, 질문의 순서와 단어표현으로 응답 방향을 휘두를 수도 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예 응답을 하지 않기 때문에 표본층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선거위는 일방적인 여론조사보다, 언론이 ‘공론장’을 조성해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의 좋은 공약도 소개하며 다양한 성별, 연령층의 정치적 권리가 실현될 수 있게끔 공적인 구실을 함이 필요하다고 피력하며 ’좋은 선거보도‘에 상을 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코리아헤럴드 임정요 기자 (
kaylal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