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Dec. 19, 2017 - 09:56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18일 "대한민국은 사실 그렇게 작은 나라가 아니다"며 "경제적으로 11위의 경제 대국"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강남구 소재 한 식당에서 옛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과 송년 모임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 국민이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계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 자신도 어쩌면 국격이라든가,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각종 외교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에둘러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과 관련해 야권은 현재 '굴욕외교'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등은 이날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베이징대 연설의 일부 내용을 두고 각각 '조공외교', '사대주의'라고 비판했다.
또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것을 두고 한국당은 MB 정부 시절 이뤄진 UAE 원전수주 문제와 연관 지어 현 정부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국은 경제 대국이다. 저도 국격을 생각하게 된다'는 키워드로 본인의 심경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자신을 겨냥해서 진행되는 검찰의 '국가정보원 및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공작' 의혹 수사를 의식한 듯 "국민 여러분께 내년 한 해에는 좀 더 좋은 일만 많았으면 좋겠다. 이제 갈등, 분열을 뛰어넘어 국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한 해가 됐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것은 나한테 물어볼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을 아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MB 정권의 안보실세'로 불리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웃으며 답변을 피했다.
이 전 대통령은 식사 자리에서도 "지금 나라 안팎이 어려우니 새해에는 정파나 이해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며 건배를 제의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모임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이) 5년 정권은 유한한 것이지만 대한민국은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야당은 원래 어려운 것이니 개인의 이익보다는 당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하고, 야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 서로 비난할 필요 없다"며 보수 대통합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폐 청산과 관련한 언급을 했느냐는 질문에 "나보다 더 잘 알면서 뭘 물어보느냐"고 답변을 피했다.
다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사람치고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이 있느냐, 언론이나 친문, 친노를 동원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허위사실을 퍼트리지 말고 MB 정부가 돈 먹은 게 있으면 밝혀보라"는 다소 격한 반응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얼마나 바쁜데 댓글까지 지시했겠냐, 그런 허위사실을 퍼트려서는 안 된다"는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 의혹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여러분들이 더 잘 알 텐데…"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송년 모임은 이 전 대통령의 희수연 축하를 겸해 열렸으며 이재오 전 특임장관과 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 한국당 정진석·박순자·권성동·장제원·이만희 의원,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안경률·고흥길·권택기 전 의원 등 친이계 인사 4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송년 모임이 열리는 식당 입구에서는 시민 10여 명이 '적폐원흉 범죄집단'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명박을 구속하라'고 외쳤고, 한 시민은 욕설을 하며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달려가다 경호원이 제지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또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다리를 걷어차였다는 전언이 있었지만, 확인 결과 항의하는 시민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아니라 옆에 있던 경호원이 걷어차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