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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간호사로 바꿔주세요"…홀대받는 남자 간호사들

By Kim Min-joo
Published : Dec. 17, 2017 - 10:25

일반적으로 '간호사'는 여성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남자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에는 정부와 국민의 관심이 소홀한 게 사실이다.

최근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체육대회에서 여자 간호사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게 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여자 간호사 처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남자 간호사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이달 초 서울시간호사회에서 개최된 제4회 대한남자간호사회 정기총회에서 '제2대 회장'으로 선출된 손인석 회장은 이런 문제점 개선을 위해 남자 간호사의 입지를 강화하고, 대외적인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이미지 개선에 나서겠다고 17일 밝혔다.


남자간호사 배출 50여년만에 만들어지는 남자간호사회 창립총회가 20일 오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임상제1강의실에서 열려 참석한 남자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 회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MBA) 과정을 마친 인재로, 40세가 된 지난 2003년 국내 간호대학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미국에서 10년 가까이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의사를 따기엔 너무 늦었고, 미국에서는 남자 간호사가 흔하므로 한국에서도 자격만 있다면 헌신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볼 수 있을 것 같아 간호대학에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 회장이 지난 2006년 간호대학 졸업 후 막상 국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자 간호사들의 처우를 들여다보니 개선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손 회장은 "남자 간호사를 위한 편의시설(탈의실·휴게실 등)이 있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었고, 국내 의료계의 엄격한 위계질서 때문에 '환자 돌봄'이라는 간호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손 회장은 현재 의료법인 손재림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재단은 손 회장의 아버지인 손재림 영천손한방병원 원장이 설립했다.

또 부인은 한의사, 둘째 여동생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셋째 남동생은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어 말 그대로 '의료인 가족'이다.

손 회장은 "의사·한의사·치과의사·조산사와 더불어 엄연히 의료인의 한 직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간호사 중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봉사 등 대외적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손 회장은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로 널리 알려진 '국경 없는 의사회'와 '그린닥터스'를 예로 들었다.

손 회장은 "의사들의 국제단체처럼 임상에서 다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남자 간호사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 수 있는 '국경 없는 간호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는 은퇴 후 국내외에서 헌신적인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희망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남자 간호사가 자부심을 품고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의료계와 정부의 많은 관심과 지원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가업 및 의료재단을 인수하기 위해 늦은 나이에 간호직에 도전하게 된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에 대해 손 회장은 손사래를 쳤다.

손 회장은 "손재림의료재단은 한방의료재단이기 때문에 간호사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며 "간호대학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함일 뿐 가업 인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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