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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이 알파고 이긴 한 수는 0.007% 확률 뚫은 판단"

By Kim Min-joo
Published : Dec. 5, 2017 - 10:00

이세돌 9단이 작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게 한 '백78수'가 0.007%의 확률을 뚫은 판단 끝에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의 만분의 1 수준의 수를 직관으로 찾아낸 것이다.

구글코리아는 4일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국' 뒷얘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알파고'를 언론에 공개했다.

다큐를 보면 이 9단의 4국 승리가 확정되자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개발진은 판세를 결정한 백78수가 실제 나올 확률을 확인하고 혀를 내둘렀다.

딥마인드의 수석 연구원인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이런 희박한 확률을 찾아낸 인간의 두뇌에 감탄했다. 진짜 신의 수였다"고 했다.

이 9단은 대국 뒤 백78수를 둔 배경에 관해 질문이 나오자 "그 수 외에는 둘 방법이 없었다. 둘 수밖에 없었던 수"라고 답했다.

이 9단은 작년 대국에서 알파고에 4대 1로 패했지만, 결과적으로 알파고에 그나마 1승을 거둔 세계 유일의 프로 바둑 기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큐 `알파고` 중 이세돌 9단의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사진=연합뉴스)


알파고가 세계 각국의 바둑 기사와 벌인 공식 전적은 68승1패로 이 9단과의 접전 외에는 인간에게 밀려본 적이 없었다.

알파고는 올해 5월 중국 커제 9단에게서 완승을 하고 바둑계를 은퇴했다.

이 다큐는 대국 중계 때 공개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 9단이 알파고에 밀려 큰 중압감을 느끼자 잠시 휴식 시간에 호텔 테라스에서 홀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이 대표적 예다.

또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뒀던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박사가 경기 당시 기계를 뺨칠 정도로 경직한 모습을 유지했던 것과 반대로 실제로는 잘 웃는 유쾌한 사람이란 사실도 화면으로 생생히 접할 수 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 경영자(CEO) 등 알파고 개발진이 실제 "바보같이 질 수도 있다"며 대국 내내 긴장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이 9단과 접전이 치열했던 5국 막바지에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가 기권했다'는 실버 박사의 농담에 "쓰러질 뻔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대국 당시에는 심판 정도로만 알려졌던 중국 출신의 바둑 기사 판 후이 2단의 숨겨진 역할도 재조명됐다.

판 2단은 2015년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처음으로 졌던 프로 바둑 기사였다. 그는 이후 딥마인드의 바둑 자문으로 참여해 직접 알파고의 강점·약점을 찾아 주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이번 다큐의 주 내레이션을 맡았다.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던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국내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필적하는 관심을 끌었다. 바둑 같은 고급 지적 활동에서도 AI가 인간을 앞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생생히 보여준 첫 계기다.

구글은 알파고의 차기작으로 의학·신소재 연구 등에 널리 쓸 수 있는 범용 AI의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다큐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미국 감독 그레그 코스가 만들었다. 국내에는 지난달 말 개막한 서울독립영화제의 초청작으로 수입됐다. (연합뉴스)


다큐 `알파고`의 포스터[구글코리아 제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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