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Sept. 17, 2017 - 14:09
토요일입니다. '불금' 하셨나요?
홍대 앞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금요일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토요일 새벽입니다. 요즘 '핫'하다는 상상마당 거리입니다.
쓰레기가 툭툭 차이는 도로 위로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휘청거리며 지나갑니다. 취하지 못한 이들은 꽤 취한 이를 들쳐메고 택시기사와 행선지를 상의합니다.
미처 일행을 따라가지 못한 이들은 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클럽을 나온 여성 둘이 생글거리며 말합니다.
"야. 우리 아침에 나와서 아침에 들어가네!"
(사진=연합뉴스)
새벽 5시인데도 불금은 끝나지 않습니다. 6시가 좀 지나서야 클럽 안전요원(?)들이 거리 앞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길바닥에 붙인 클럽 포스터를 떼고 주변 쓰레기를 치웁니다.
포스터는 언제 붙이느냐고 물어보니 저녁 6시에 다시 붙인다고 합니다.
건너편 2층 노래방 대형 유리창 안으로 열창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그 아래 주점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 아쉬운 듯한 젊은이들은 골목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편의점 등 가게 상인들은 새벽 중간중간 시간이 나면 쓰레기를 정리합니다. 그런데 거리에 쓰레기통이 거의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빗질을 마치고 편의점으로 들어가는 상인을 따라 들어갑니다.
쓰레기통을 놓으면 좋지 않으냐는 질문에 '에이' 하며 손사래를 칩니다.
"소용없어요! 어떤 애들은 가게 바닥에도 막 버려…. 에이 안돼. 뭐라 할 수가 없지"
"아니 왜요?"
"듣지도 않아요. 술에 취해 정신이 없어요." 하며 한마디.
"휴지통이 있으면 더 난리 나…."
거리에서 청소하는 몇몇 상인들도 마찬가지 대답을 합니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어."
휘청거리는 청춘들 사이로 택시기사들이 귀가(?)를 묻습니다. 이른 아침의 귀가. 가까운 곳은 가지 않는 게 좀 아쉽습니다. 장거리만 갑니다.
8년째 홍대 앞을 나오고 있다는 한 택시기사는 새벽 5시가 지난 시간인데도 호객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료 기사들과 '방황하는 청춘'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골목길 구석에 쭈그리고 있는 젊은 여성을 보며 "아니 쟤는 차에 지워지지도 않는 빤짝이를 붙여 놓고 말이야…. 말을 할 수가 있어야지…. 기억을 못 하니 참…."
옆에서 듣고 있다가 '오늘 운행은…?'하고 물어봅니다.
"클럽이 두 시에 한번 끝나잖아요. 그때 다녀왔지." 합니다.
'주말에는 외지에서 홍대 앞을 많이 찾기 때문에 근처에 방이 없다', '외국인들도 클럽에 참 많이 온다'는 등의 동네 설명을 합니다.
뜬금없이 "쓰레기 참 많죠?"하고 물으니 역시 '술이 죄'라는 표정입니다.
택시기사를 뒤로하고 다시 한 번 골목을 돌아봅니다.
(사진=연합뉴스)
채 '불금'이 가시기 전에 청소차량이 골목골목 쓰레기봉투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젊은이들이 마치 출근하듯 지나갑니다.
'술 취한 젊음'이야 그렇다 치고 홍대 앞 쓰레기는 마포구청의 골칫거리이기도 합니다.
마포구청이 집계한 2016년 상반기 동별 생활폐기물 배출현황을 보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마포구 전체가 2만2천759톤인데 서교동이 5천907톤으로 2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통계자료에 의하면 같은 기간 마포구 동별 주민 수는 서교동(2만6643명)이 성산2동(4만36명), 공덕동(3만8천781명), 아현동(2만8천139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습니다.
서교동이 인구 대비 쓰레기 배출량이 세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유동인구도 많습니다. 2015년 외국인 서울 관광객 중 651만 명이 홍대를 다녀간 것으로 통계가 나온 것을 보면, 마포구에서 연간 유동인구를 천만 명으로 잡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 중 불금에 간단히 한잔하고 쓰레기 툭 버리고 택시 타거나 업혀서 가시는 분들이 꽤 통계에 잡히지 않았겠죠?
청소차량은 오전 6시가 조금 지나 나오지만, 환경미화원들의 작업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됩니다. 가능한 젊은이들과 눈을 안 마주칩니다. "청소할게요...잠시만요..."하며 빗질을 합니다.
환경미화원 3개 조가 마포구 전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조에 17명에서 25명 정도.
주말의 경우 하루 10여 명이 5개에서 6개 동을 맡아 오전 5시부터 15시까지 근무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쓰레기양 1등 홍대 앞 주말에는?
8명이 오전 5시부터 12시까지, 6명이 15시부터 23시까지 투입됩니다. 관광지역이어서 서울시 예산으로 지원하는 '365 청결기동대대' 3명이 추가로 근무합니다.
여기서 잠깐!
어디까지를 홍대 앞이라 불러야 할까요?
마포구청에서 발간한 소책자 '홍대 앞 이야기'에 이렇게 나옵니다.
"2010년 서울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대 앞은 행정적으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365번지-411번지), 창전동(5, 6,436번지), 상수동(64번지-318번지), 동교동(162번지-189번지)을 포괄하는 지역이다……. 임대료가 폭발적으로 오른 2010년 이후 연남동까지 확장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예술가들이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인근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레기와 관련된 홍대 앞은 서교동 일대라고 보면 됩니다.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쓰레기 버리세요.'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활동이 없다면 쓰레기도 없겠죠. 어떤 면에서 홍대 앞의 활발한 소비문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비량에 비해 쓰레기는 넘치고 쓰레기통은 찾기 힘듭니다.
한 환경미화원은 휴지통을 설치하면 주민들이 버리는 생활 쓰레기도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여하튼 홍대 앞 쓰레기는 고민입니다.
예술 해방구 홍대 앞.
혹시 쓰레기를 문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예전 뉴욕의 쓰레기를 작품으로 팔았던 작가가 생각납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구청에서는 23cm 크기의 환경미화원 스티커를 홍대입구역 인근에 붙여 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도는 어떤가요?
(사진=연합뉴스)
유흥의 밤을 기다리는 한낮의 홍대 앞은 한가롭습니다. 쓰레기도 없고요. 곳곳에 5분대기조 마냥 청소 도구가 있습니다.
어제(15일)부터 홍대 앞에서 '잔다리 마을'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홍대 앞은 어땠을까요? 불금에 축제까지 이어졌으니 대단했겠죠?
축제는 내일(17일)까지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