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 Aug. 3, 2017 - 11:18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서울시 지하철의 정보통신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광통신망 개량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3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통신장비를 취급하는 현대정보기술이 지난 20일 마감한 서울메트로의 내부 광시스템 개량 사업을 위한 장비 구매 입찰에 약 69억7천만원의 낙찰가로 장비납품 계약을 따냈다.
서울시 교통망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지하철 주요 노선을 통제하는 핵심 통신장비에 대한 입찰이었기 때문에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주요 통신사들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SKT, LG유플러스 등은 유럽산 장비를 취급하는 탓에 중국산 화웨이 장비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모두 고배를 마셨다.
현대정보기술이 납품할 장비에는 통신장비의 핵심인 MPLS(Multiprotocol Label Switching) 백본 장비 30여대와 MPLS 역사용 장비 260여대 및 기타 시리얼통신장비 260여대로 추정된다.
이 장비들은 서울시 지하철 노선 중 1~4호선에 해당하는 열차의 운행 시스템을 통제하게 되며 여기에는 각종 교통 신호, 전력, 열차간 통신, 기계설비 등에 관한 데이터의 전송이 포함된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장비들은 도시철도 운영을 위한 저속 1:N 양방향 통신 기능 및 대승객 서비스 수용을 위한 IP기반 기능을 하게 된다.
저속에서 일대일 또는 일대다 열차간 통신이 가능할 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기와도 접속이 가능하다. 또한 향후 KTX 등 고속철도 통신망인 LTE-Railroad와의 연동이 가능하며 클라우드 등 미래 데이터 센터화에 준비할 수 있는 장비 설계다.
서울메트로 정보통신 고도화 사업 담당자에 따르면 “2단계에 걸친 제안서 평가에서 현대정보기술이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에 선정됐다”고 한다.
그는 “1단계에서 모든 업체가 통과했고, 이 중 가격경쟁력이 가장 좋은 화웨이 장비를 선택했을 뿐이지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부연설명 했다. 또한 “화웨이가 한국 시장 진출을 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전략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입찰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실제 필요한 제품의 핵심 기능들에 대한 검증 과정도 없었으며, 원가보다 싼 최저가 낙찰로 인한 품질 저하 또는 추가 비용발생에 대해 우려한다”고 전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런정페이가 1987년에 설립한 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제조기업이다. 전세계 주요 통신사 50개 중 35개사에 장비를 공급하며 노키아, 에릭슨 등과 선두를 다툰다.
국내에서는 2013년 LG유플러스가 화웨이 LTE기지국 장비를 처음 들여왔으며, 최근 SK텔레콤도 화웨이 장비를 들여오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기업의 화웨이 장비 이용은 매번 보안 우려 등의 논란을 불러왔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추진하면서 급속히 얼어붙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등 양국의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국가기간망이나 다름없는 서울지하철 네트워크에 중국장비가 사용되므로 보안관련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중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화웨이는 말도 안 되는 저가 전략으로 유선 통신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출혈경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해당 장비 설치는 2년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한편 정식계약은 오는 7일 체결될 것으로 전해졌다.
송수현 코리아헤럴드 기자 (s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