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나 예방 접종 대신 자연 치유를 표방하는 일명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육아법이 아동 학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얼굴에 심한 상처와 딱지가 생긴 아이의 사진과 함께 '이제 안아키를 못할 것 같다. 아기가 너무 긁는다'는 내용의 캡처 글이 올라왔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안아키 커뮤니티의 고민 글을 캡처한 이 게시물에는 '아동 학대로 신고할 수 없느냐', '낫는다 쳐도 2차 감염까지 진행되면 어떡하느냐', '아무리 그래도 항생제 연고를 제때 써야 빨리 낫는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그러나 '안아키 요법도 제대로 쓰면 오히려 양방이나 한방 의학보다 자가 치유력을 기를 수 있다'거나 '아이 양육법은 부모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회원 수 6만명이 넘는 한 안아키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들은 약물 오남용 문제를 막고 아이의 자연 치유력을 일깨워주기 위해 약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가정 요법을 실천한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에게 스킨과 로션을 전혀 바르지 않기, 비강 세척, 숯가루나 능소화 같은 자연식품 먹이기 등의 치료법들도 그중 하나다.
독소를 포함하지 않은 안전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며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홍역이나 수두 등은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극단적인 안아키 치료법도 공유되고 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2012년에 태어난 어린이 48만명의 만3세 이전 예방접종기록을 지난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백신을 접종한 이력이 전혀 없는 아동은 1천870명에 이르렀다.
접종하지 않은 이유 중에서는 보호자의 신념(19.2%·241명)이 무려 두 번째로 많았다. 이들은 이상 반응을 우려하거나 백신 접종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혹은 종교적 이유로 인해 접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르면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의 기본적 보호·양육·치료나 교육을 소홀히 하면 '방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안아키는 아예 아동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치료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방임으로 볼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어른들이 아무런 의료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방임 학대로 볼 수 있는데 안아키의 경우 자연 치료법이라는 치료를 표방한다"면서도 "가장 최우선인 아동의 입장이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방임의 일종이라고 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 안아키 요법은 대부분 부모의 '신념'에 의한 것이어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아이들이 스스로 치료받을 권리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3살 이상부터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 생활을 시작해 감염병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함께 생활하는 다른 아이들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위험성도 있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홍보 이사는 "가장 큰 문제는 비의료인인 안아키 부모끼리 치료법을 공유하면서 이를 맹신하게 되는 것"이라며 "아이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더욱 악화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의학 상식을 아예 무시하는 안아키 치료법을 통해 길러진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의학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클 수밖에 없다는 점도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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