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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봤습니다] ‘2917 계단’ 롯데월드타워 대회

By 박세환
Published : April 24, 2017 - 19:25

 




햇볕이 뜨겁게 작렬했던 23일, 롯데월드타워 아레나광장에는 수백 여 명의 사람들이 운집했다. 저마다 가슴에는 붉은색으로 ‘스카이 런(SKY RUN)’이 쓰인 티셔츠에 검정색 번호표를 둘렀다. 이들은 갖가지 스트레칭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롯데월드타워 세계 최고 높이 수직마라톤 대회에 앞서 참가자들이 ‘아레나 광장’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가 ISF(International Skyrunning Federation) 산하 VWC(Vertical World Circuit) 주관으로 개최한 ‘롯데월드타워 국제 수직 마라톤 대회 : 2017 LOTTE WORLD TOWER INTERNATIONAL SKY RUN’이 지난 23일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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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따뜻한 세상을 위한 아름다운 도전(Challenge to top)’ 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 최고 높이의 롯데월드타워 최고층까지 계단으로 뛰어올랐다.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123층 전망대까지는 길이 500m, 계단 총 2917개를 자랑한다. 기자도 이날 행사에 동참했다.

오전 10시, 출발 지점인 잔디광장에 도착해 대회측이 미리 보내온 흰색 스포츠웨어로 갈아입었다. 


출발 신호에 맞춰 엘리트 선수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사진=롯데물산)

출전 준비를 마치니 큼지막하게 솟은 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야, 저걸 어떻게 올라가?” 인근에 선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참가자들이 장난스레 나누는 대화가 귀를 타고 들어왔다. 계단으로 저 끝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올해로 만 29세. 매주 로드 바이크로 남산과 북악 라이딩을 즐긴지도 이제 3년이 넘었다. 허벅지 부위 근육을 사용하는 종목이라면 자신있었다.  별다른 준비과정 없이 대회 당일을 맞이한터였다.

오후 12시께 이름 호명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으며 통로를 향해 돌진했다. 비상구계단 건물에 진입하자 햇살과 환호소리가 일제히 끊겼다. 순간 건조하고 탁한 공기가 목을 자극했다. 벽에 숫자 1이 선명하게 페인트칠해져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호기롭게 빠른 걸음으로 두 칸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회 참가 일주일 전 30층 계단을 한 번 올라가본 적이 있었다. 똑같이 4번만 반복하면 된다.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물산)

출발한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아 5층에 도달했다. 이미 속도를 줄여 한 칸씩 오른지 오래였다. 온몸에선 땀이 비오듯했다. 심장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그래, 무슨 기록이냐. 취재가 우선이지,’ 스스로와 타협했다. 먼저 출발한 모자간의 대화가 윗층에서 들려왔다. “엄마 신경쓰지 말고 먼저 가 있으렴.” 초등학교 1학년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네, 엄마”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40층. 쉬지 않고 올라가는데도 반도 못왔다. 숨을 쉴때마다 심장이 고통스러웠다. 매층 비상문이 보일때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최고층에 다다르는 상상을 했다. 롯데월드타워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123층 전망대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60초라고 한다. 후회가 밀려왔다. 

엉덩이 위 허리쪽이 짜릿해졌다. 익숙한 통증이다. 강원 춘천시 배후령에서 자전거를 타고 해발 600m 정상을 향해 오르막을 올랐을때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있었다. 세계적인 독일 사이클 선수였던 옌스 보이트(46)는 대회에서 고통을 느낄 때 스스로에게 “Shut up, legs”라고 외친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좀더 힘을 내기 위해 큰 목소리로 “다리야, XX”라고 외쳤다. 대기중이던 보조요원들이 박수를 보내왔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허리 쪽 통증이 심해졌다. 허리를 뒤로 젖힌 자세에서 한칸씩 어그적 어그적 올라갔다. 통증이 완화되는 듯 했으나 오래가지 않았다. 그자리에서 바닥에 누워버렸다. 벽에는 숫자 ’70’이 적혀 있었다. 반은 넘게 온 셈인 것이다.

어느덧 100층에 다다르자 이번엔 어깨 쪽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몇 층을 연달아 ‘네 발’로 달렸기 때문이다. 하체에 힘을 최대한 빼고 어깨 근육을 이용해 오르는 전략도 여기까지였다. 보조요원들의 화이팅 소리에 힘을 얻고 꾸역꾸역 올랐다. 

기록 욕심을 포기한 지는 오래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위해 5층을 남겨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속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제부터 ‘어택’이다. 결승전 수백미터를 앞에 두고 순간 시속 70km의 폭발적인 페달링을 선보이는 싸이클리스트와 같이 마지막 5층을 앞두고 세 칸씩 뛰어올라갔다. 윗층에서 산발적으로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정상. 비상구 밖을 나가니 미리 도착한 선수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줬다. 벽에 손을 짚고 긴 날숨을 몰아쉬었다.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앞쪽에 마련돼 있는 결승라인을 통과해야 기록이 측정된다는 말에 재빨리 몇 걸음 더 나아갔다. 기록은 39분 1초. 

총 2917개의 계단을 아래에 두고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멋진 풍경이었다. 땀과 함께 피로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엘리트 부문 남자 1등은 호주 출신의 마크 본(Mark Bourne, 15분 44초 51). (사진=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는 수직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 원월드트레이드센터의 2226, 홍콩 ICC의 2120, 호주 시드니 시드니타워의 1504개 계단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높이의 수직 마라톤 대회다. 이날 경쟁부문 전체 1등은 호주의 마크 본(15분 44초 51), 2등은 폴란드의 피오트르 로보드진스키(15분 58초 69), 3등은 이탈리아의 엠마뉴엘 만지(16분 43초 55)가 차지했다.

대회 참가비 전액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를 통해 스포츠 꿈나무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거울 속 땀에 흥건히 젖은 모습이 유리에 반사돼 보였다. “수고했어, 다리야.” 

코리아헤럴드=박세환 기자 (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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