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한 남매가 무속인에게 빠진 엄마에게서 10년간 상습적으로 무차별 폭행과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우선 이 남매를 격리 조치한 뒤 엄마와 무속인을 상대로 학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A(17)양과 B(23)군 남매는 지난달 경찰서를 찾아 상습적으로 학대와 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엄마 C(47)씨와 함께 사는 무속인 D(40·여)씨.
남매가 경찰에 털어놓은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10여년 전 남편과 이혼한 C씨는 함께 살던 무속인 D씨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랐다.
(Yonhap)
D씨가 요즘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는다고 하면 C씨는 아이들을 북채 등으로 마구 때리기 일쑤였다.
엄마는 공부하지 않고 여자친구를 만난다며 B군에게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발바닥과 허벅지를 때렸다.
A양에게는 학교에 다니며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을 가위로 삭발하기도 했다.
남매를 향한 C씨의 학대는 대부분 무속인인 D씨의 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D씨가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는다, 똑바로 가르쳐라", "귀신에 씌었다"고 하면 C씨가 흥분해 남매를 폭행하거나 굿을 할 때 사용하는 흉기 등으로 위협하는 일이 잦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한번은 남매가 보는 앞에서 D씨가 C씨를 발가벗긴 채 흉기로 위협하는 일종의 퇴마의식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가까이 엄마와 D씨에게 갖은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해오며 사실상 제대로 된 청소년 시기를 보내지 못했던 A양 남매는 지난달 이를 견디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양 남매를 일단 보호시설에 격리하고 엄마와 D씨가 접근할 경우 버튼을 누르면 바로 신호가 전송되는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경찰은 엄마 C씨와 무속인 D씨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고 남매를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폭행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엄마 C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육 차원에서 때렸고 무당이 아이들의 생명줄이 짧다고 해 관련 의식을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엄마와 무속인에게 반항 한번 못하고 살아온 남매가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여 격리 조치했다"며 "구체적인 폭행 경위와 학대 이유를 조사해 처벌 수위를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