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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름은 바꿔야' '이슬람교도는 위험,' 인종차별 발언 난무한 한국 결혼이민자 교육

By 이다영
Published : April 11, 2016 - 11:43
작년 8월부터 부산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한 결혼이민자 A씨는 올해초 법무부에서 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 수업을 받다가 깜짝 놀랐다. 중년 여성인 한국인 교사가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들 앞에서 차별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그는 코리아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교사가 베트남 이름은 예쁘지 않으니 귀화 후 한국이름으로 바꾸라고 했고, 학생들 앞에서 이슬람 교도들은 위험하다는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출신국가를 밝히는 것을 원하지 않은 A씨가 들은 수업은 정부에서 한국 시민권 신청을 희망하는 결혼비자 (F-6) 소지자들을 위해 개설한 ‘사회통합프로그램.’ 2년간 꾸준히 이수하면 이주자들 사이에서 까다롭다고 알려진 시민권 취득 면접과 필기 시험을 면제 받을 수 있다. 그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A씨는 최근 교육 과정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특정 교사의 문제적 발언들을 견딜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결혼이민자 대상 한국어 수업에서 사용되는 교과서. A씨는 각 여성가족부와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2개 수업을 청강했다.  (A씨 소장)


그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직 시민권자가 아닌 상태” 라며 “그런 신분으로 선생의 차별적인 언행에 맞서기는 힘들고, 문제 제기를 한다고 해도 교사는 학생들의 한국어가 서툴러서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발뺌하면 그만” 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교사는 코리아 헤럴드와의 통화에서 A씨의 모든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는 “교사 생활을 10년 했지만 이런 일로 문제가 생겼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며 “프랑스에서 테러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이슬람교도들이 거기 있었다고 말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의 영문보도 (4월 7일 목요일자) 이후 같은 교사의 수업을 들었다는 이주여성들로부터의 제보가 이어졌다. 한 여성은 교사가 특정 선진국가 출신의 학생들과 동아시아 출신 학생들을 차별했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여성은 성희롱에 가까운 언사까지 참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중국에서 이주하여 지난 2014년 한국 시민권을 취득한 김채화씨도 경기도 안산에서 사회통합프로그램를 이수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교육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종합평가 구술시험에서였다. 한국인 감독관은 김씨에게 “국기 게양해 본적이 있냐” 고 물었고, 김씨는 “아무나 태극기를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몰랐다” 고 대답했다. 그러자 감독관이 “너무 공짜만 많이 바라는거 아니냐, 정신이 잘못됐다”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 때 받은 모욕감을 잊기 힘들다”며 “외국인은 공짜를 바란다는 선입견을 면접 감독관이 갖고 있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과서. A씨는 각 여성가족부와 법무부에서 운영하는 2개 수업을 청강했다. 위는 법무부 프로그램의 교과서, 아래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교육 과정의 교과서다. (A씨 소장)


A씨는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과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 과정에서 사용되는 정부 교과서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에 나오는 여성인물들은 대부분 청소, 요리, 빨래만 한다. 거의 유일하게 그려지는 바깥 활동은 쇼핑이다” 라며 “특히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에서 여성들이 주로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건 무척 성차별적”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허트 고려대 교수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허구 외국인 인물들의 묘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본지의 확인 결과 해당 교과서에서 러시아 출신 여성은 금발에 한국에서 배우 생활을 하러 온 인물로 묘사되고, 필리핀에서 온 이주자는 결혼과 동시에 한국에 입국한 후 주부생활을 하는, 어두운 피부의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허트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 교과서에서 모든 한국출신 이민자들을 주류 판매점이나 세탁소 주인으로 묘사한다고 하면 어떻겠냐” 고 지적하며 “물론 미국에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국 출신 이민자들이 많다. 그렇다고 모든 한국인들을 그 이미지에 가둬둘 필요가 없듯이, 다른 국가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인 것” 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수업시간에 한국의 규칙과 전통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는 “혹시 그분에게 딸이 있다면 (이주여성 학생들에게 했듯이) 집안일과 육아의 중요성만을 강요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 남편이 나를 대신해 한국어로 교육기관에 항의했으나, 수업을 듣는 학생 본인이 직접 선생과 대화하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영문 보도를 접한 독자 중 한명은 “베트남 이름이 예쁘지 않다니 정말 외국인 혐오적인 발언이다” 라는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독자는 “한국어 교사 중 절반은 어떤 종류의 발언이 인종차별적인 표현으로 분류되는지, 왜 선입견이 담긴 발언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는 글을 남겼다.

같은 보도를 접한 독자도 본지 페이스북에 “나도 비슷한 한국어 교육 과정을 들었는데 수업시간 내내 요리, 청소 아니면 가사일과 관련된 한국어 단어들만 배웠다”며 “그래서 두번째 수업 이후 바로 그만뒀다” 는 댓글을 남겼다.

A씨가 참가했던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의 관계자는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으며 조사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와 여성가족부 다문화가족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교과서를 살펴보고 개선될 소지가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밝혔다.

코리아헤럴드 이다영 (Claire Lee) 기자 (dy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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