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시 공모전’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을 몰래 담은 시 2편의 당사자들이 법정 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
영화 ‘친구’의 한 장면
지난 3일 한 누리꾼은 보수단체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우남찬가’라는 제목의 시를 응모해 입선했다는 사실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공개된 시는 분명히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시를 세로로 첫 글자만 읽으면 이승만을 조롱하는 글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의 각 행 첫 글자만 읽어보면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라는 내용이 된다.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 ‘우남찬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누리꾼들은 또한 최우수상을 받은 시에도 암호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To the Promise Land’(약속의 땅으로)는 ‘International leader, Seung Man Rhee/Greatness, you strived for/A democratic state was your legacy’(국제적인 지도자 이승만/당신이 갈망했던 위대함/민주주의 국가는 당신의 유산)와 같은 이승만 전대통령을 높이는 구절이 쓰여 있다.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 ‘To the Promised Land (약속의 땅으로)’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시 역시 각 행의 앞글자만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가라 하와이)’라는 문장이 만들어진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입상 취소된 두 글은 첫 글자를 세로로 읽을 경우 이승만 대통령을 폄훼하는 내용을 고의적으로 담고 있다’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유경제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모전 일부 수상작 입상 취소’ 공지. 법적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경제원 홈페이지 캡처)
한편 ‘우남찬가’를 쓴 네티즌은 입선 직후 커뮤니티 ‘루리웹’에서 ‘몇 달 전 이승만 시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시를 써서 유머 게시판에 올렸더니 반응이 좋았다’며 ‘그래서 냈더니 입선. 상금 10만 원으로 여친이랑 고기 먹었다’고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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