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의 참가자들이 교과서를 들고 있는 모습 (박현구 기자/ 코리아헤럴드)
매주 화요일 기업 간부들과 정부 고위 관리들이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 서울대학교에 모인다.
서울대 인문대학은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을 아드 폰테스 (Ad Fontes: ‘원천으로’)로 명명하고 5•60대로 구성된 학생들에게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동양 철학부터 문학에 이르기까지의 폭넓은 인문학의 범위 속에서 역사적인 인물들과 인류에 영향을 미친 저술을 접하게 된다.
21일 첫 번째 수업은 서울대 미학과 김진엽 교수가 ‘예술과 치유’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 교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인 ‘모나리자’와 ‘두 명의 성녀와 아기 예수’를 다빈치의 유년기 기억과 연관하여 해석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강의시간 동안 전화벨 한번 울리는 법 없이 집중하는 모습이었으며, 결석자도 거의 없었다.
현재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총 43명의 AFP 제12기 학생 중 한 명인 하나은행 김영철 부행장보는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년간 같은 분야의 일을 하며 살아왔다. 인문학을 접하면서 정신적 풍요와 휴식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서울대 인문대학 배영수 학장은 처음엔 이런 코스 개설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인문학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도서들의 인기도 지나가는 유행이겠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배 학장은 “내가 이 프로그램을 맡고 우리 원우들을 보니 삶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걸 보고 ‘아.. 한국사회가 커다란 분수령을 지나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배 학장은 5-6년 전부터 시작된 인문학의 인기를 ‘인문학의 부활’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며 ’인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의 부활’이라는 게 더 맞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인문학을 부흥시키기 위한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호락 인문학 콘서트’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따르지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을 따르지 못한다”라는 공자의 교육철학을 인용하여 만들어진 성남시 평생학습센터의 프로그램으로서, 시민들이 인문학을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서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과 토크를 결합해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분기별 운영에서 월 단위로 확대될 예정인 이 콘서트는 지역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보니 가족단위 참가자를 잘 이끌어 내고 있다.
인문학 대중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조성된 시민 단체도 있다.
‘인문학 카페’는 일반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강좌를 기획하면, 관련 학자들을 초청해서 강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2012년 1월부터 총 50권의 인문서를 약 8년 동안 독파하는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인문학 카페 이관호 대표는 “’인간’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인 인문학은 그 시대가 언제이건 위기일 수가 없다”면서 “인문학 위기는 대학생들이 인문학 공부를 회피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에 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키려면 “인문학 공급자, 즉 학자 중심의 인문학 교육이 아니라, 수요자, 즉 시민 중심의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학을 빠르게 전파하는데 온라인 강의와 팟캐스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투스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사회탐구를 가르치는 강사 최진기씨는 전쟁사와 건축사 등을 포함한 인문학 강의 ‘최진기의 인문학특강’을 개설해 큰 호응을 얻었으며, 팟캐스트에 일부분 공개된 강의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인문학 분야 상위권에 안착했다.
그는 사람들이 인문학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거꾸로 한국사회에 인문학에 대한 엄청난 갈증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회가 경제침체와 같은 이유로 피폐해질 때 사람들은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른바 ‘힐링’ 또는 자기계발 도서들이 큰 인기를 끈 것이 한 예다”라고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과학과 혁신을 중심에 둔 박근혜 정부의 핵심기조인 “창조경제”에 발맞춰 기업들은 지금까지 주력해온 기술분야 외에 창조성의 원천을 인문학과 감성에서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인문학 전공자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육성∙고용하기 위한 삼성 컨버젼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를 열었다.
6개월의 집중 훈련 코스를 통해 인문학에 기반을 둔 비판적 사고와 최신 기술을 두루 갖춘 인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감성을 기본으로 한 인간 중심의 기술이 중요해지는 미래에는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통섭형 인재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말했다.
이 밖에도 LG, SK, 포스코, GS 등 주요그룹도 신입사원 선발 시 인문학적 감성을 중시하는 추세다.
이러한 학교 밖 인문학 열풍과는 상반적으로 각 대학의 인문학 관련 학과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 1999년 대비 2011년 전국 4년제 대학 학과 수 증가율 자료에 따르면 총 7개 계열 중 인문계열은 2.7% 성장을 보이며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기간 88.9%가 증가한 의약계열과 64.3% 늘어난 예체능 계열과의 큰 차이는 물론 평균인 23.4%의 십 분의 일 수준이다.
한국대학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이 조사 결과는 취업률이 낮은 순수학문분야와 비인기 학과들이 통폐합되면서 일어난 현상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일부 인문대학들은 정부가 취업률이 높은 학과에 더 많은 지원을 하면서 인문학 관련 학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2011년 대학 연구비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통틀어 공학은 평균 47.3%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낸 반면 인문학의 연구비 비중은 2.7%에 그쳤다.
한국연구재단의 양정모 팀장은 “학교 안에서 학문으로서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학생 수는 줄어드는 반면, 학교 밖에서 또는 안에서도 교양을 쌓으려고 인문학에 접근하는 사람의 수는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계와 재계 간 인문학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발전에도 서울대 배영수 인문대 학장은 “인문학에 대한 수요는 다양하다. 인문학 안에서 더 많은 질문과 반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우리 사회가 건강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 박한나 기자)
Soul-searching through humanities
Popularity of the liberal arts drives people to return to classic books and attend related classes
By Park Han-na
Every Tuesday, South Korea’s corporate executives and high-ranking government officials attend a lecture on humanities at Seoul National University. The program named “Ad Fontes,” a Latin expression meaning “to the sources,” challenges the students in their 50s and 60s with fundamental questions about life.
The students have to tackle the fundamental issues surrounding historic figures and influential books while absorbing knowledge from a diverse spectrum of studies from Oriental philosophy to literature.
The first hour of the lecture on May 21 was led by Kim Jin-yup, an aesthetics professor at SNU, who explained how art can heal psychological trauma. The professor introduced Sigmund Freud’s psychoanalysis on two artworks by Leonardo da Vinci, “The Mona Lisa” and “Virgin and Child with St. Anne,” in connection with the artist’s childhood memories.
Not a single phone call was made during the lecture. Absentees are rare.
“Many of us have been living in a harsh working environment and fierce competition. But now I enjoy emotional well-being and regain my composure by learning about humanities, which has long been forgotten in my life,” said Kim Young-chul, senior executive vice president of Hana Bank and one of the 43 participants of the program.
Bae Young-soo, Dean of the College of Humanities at SNU, said he used to be skeptical about opening such a course. The popularity of books and television shows on humanities also seemed as a passing fad, he said.
“I think this trend may signify a huge turning point in society as I found out that many students attending this course are eager to resolve serious concerns through self-reflection as they dig into the study of humanities.”
However, the dean said that the popularity cannot be considered a revival of broader humanities in Korea. “I would rather say it is a rebirth of public interest in humanities.”
In addition to the AFP course, a flood of lectures organized by public libraries and local governments are generating buzz.
The Seongnam City Government, for instance, launched a project called “Ji Ho Rak Humanity Concert” as part of its life-long learning programs. Under the project, residents are given easy access to humanities materials intermixed with various elements like music or talk shows.
Seongnam’s Life-long Learning Team said they are trying to dispel the stereotypical image that humanities programs are boring. Especially, the turnout rate among children is higher as the programs focus on families.
Civic groups have also joined the movement to spur interest in humanities. A civic body named “Humanitas Cafe” was launched in January last year, allowing its members to invite lecturers and hold seminars customized for their interest and needs.
“To continue the recent interest in humanities, citizens take the central role in the education, not the scholars,” Lee Gwan-ho who represents the organization said.
In Korea, one of the most wired nations in the world, online lectures and podcasts play a crucial part in spreading humanities further.
Choi Jin-ki, an e-learning instructor who teaches social science for high school students at ETOOS, launched an online lecture series on the history of war, architecture and other various topics, and released part of it via podcast for free. And “Choi Jin-ki’s Special Lectures on Humanities” has caught on with young people, making Apple’s top 10 podcasts list on the South Korean market.
He said that he perceived there is a stereotype that humanities is difficult and boring. On the contrary, Choi discovered a great thirst for the discipline in Korea.
“When society becomes a heartless place due to many reasons including the economic slowdown, people tend to ask themselves fundamental questions about their lives and search for answers. The popularity of self-help books during the 2008 financial crisis is one such example,” he said in an interview with The Korea Herald.
In line with President Park Geun-hye government’s “creative economy” drive that focuses on promoting science and innovation, conglomerates try to find the source for creativity not only from technologies but also from sensibility based on the study of humanities.
Samsung Group took an initiative to invite liberal arts graduates to join its workforce by opening 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 The six-month intensive training course is designed to nurture software engineers capable of integrating critical thinking skills with cutting-edge technology.
“When human-centered technology based on emotions becomes important in the future, a generalist, who understands technologies with grounding in liberal arts, will play a crucial role,” an official of Samsung who lead the SCSA said.
SK C&C, IT service provider, worked out a different strategy to educate their employees. The firm hold a talk concert under the theme of “The story about ‘The Phantom of the Opera’” hosted by Chung Chul-khil, the company’s CEO and president, to inspire the employees to have a creative and innovative mindset.
In contrast, humanities departments at colleges confront unprecedented challenges. The decline of humanities was illustrated in the minimal number of related departments opened at universities over a 12-year period.
There was just a 2.7 percent increase in the number of humanities departments between 1999 and 2011, compared to an average 23.4 percent for all disciplines, according to the Korea Higher Education Research Institute. “The result shows that disciplines dealing with fundamental studies and unpopular faculties have been abolished or merged due to difficulties seeking jobs,” a researcher at the institute said.
Universities defended the weakened role of humanities as inevitable as governments allocate more funds to departments with higher employment rates for graduates.
According to statistics from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humanities ranked seventh out of eight university disciplines for allocation of research funds per capita for research directors.
Engineering received the highest per capita grants with 157 million won ($140,000), more than 12 times humanities’ 12.5 million won. The three departments earmarked the most funding were from natural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Fewer students want to choose humanities as their major and more people tend to approach humanities to acquire culture outside and even inside of colleges,” said Yang Jeong-mo, head of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team at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Despite the contrasting developments in academia and the corporate sector, SNU’s Bae Young-soo said he’s seeing a sign of hope.
“Trying to seek answers in humanities by throwing more questions and rumination is a healthy way to tackle the problems we are facing,” he s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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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park@heraldcorp.com)
Intern reporter Lee Ah-ran (tomato08@heraldcorp.com) contributed to this article. ― 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