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엘리베이터 오작동으로 주민이 문에 다리가 끼어 숨졌는데, 알고 보니 사고 사흘 전 관리업체에서 안전점검을 하지도 않고 한 것처럼 허위로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7일 낮 12시 5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 안쪽 문틈에 A(82)씨의 다리가 끼었다.
오작동을 일으킨 브레이크 작동 장치. (사진=연합뉴스)
여느 때처럼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A씨가 정상 바닥 위치보다 약 5㎝ 높이 올라간 상태의 엘리베이터 때문에 턱에 걸려 넘어진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A씨를 그대로 둔 채 운행을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에 다리가 끼인 채로 15층까지 딸려 올라간 A씨는 결국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됐다. 두 다리가 절단돼 구급차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숨졌다.
경찰은 사람의 다리가 끼었는데도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시 열리지 않고 그대로 아파트 꼭대기까지 운행한 점 등을 근거로 사고의 원인을 엘리베이터 오작동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보통 엘리베이터는 문이 열려있거나 제대로 닫혀있지 않을 때 '플런저'라는 장치가 작동해 엘리베이터가 정지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게 돼 있다.
브레이크를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인 이 '플런저'가 사고 당시에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아파트단지 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엘리베이터 관리업체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엘리베이터 안전관리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밝혀냈다.
특히 사고 일자의 불과 사흘 전인 3월 14일에는 엘리베이터 점검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체 점검을 실시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승강기안전협회에 허위로 입력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점검 담당자 B(39)씨는 이날 차를 타고 엘리베이터 점검 업무를 나왔다가 관리사무소에서 키만 받은 뒤 주차하고 1시간가량 주차된 차에서 쉬다가 그냥 돌아갔다. 점검은커녕 엘리베이터를 보지도 않고 그냥 간 것이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C씨와 엘리베이터 관리업체 소장 B(48)씨를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형식적인 점검이 만연할 것으로 보고 일산서구 관내 800세대 이상의 아파트와 상가 22곳에서 점검 여부를 표본 조사했다.
이 결과 점검 자체를 하지 않았거나 점검 시간이 10분 내외로 형식적인 곳으로 나타난 8곳(관리업체 5곳)에 대해 경기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 생활 안전과 직결된 시설의 부실한 점검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