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업문화를 개혁하려는 갈망과 한국에서 역사가 정경유착의 오랜 인습 사이에 끼어 좌초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0일(현지시간) 해설했다.
WSJ는 "하버드에서 교육받은 삼성 그룹 후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14년 병석의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고, '실리콘밸리' 방향으로 그룹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기업과 정치권은 현대사 속에서 연달아 부패 스캔들에 휩싸여왔다 "면서 "이 부회장은 불투명한 기업문화 속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의 시대를 약속했다"고 행적을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쇄신안 중에는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자신을 향한 경비원들의 큰절 같은 인사 금지, 직원들의 반바지 허용, 출산휴가 연장 등이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WSJ는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재벌 기업이 너무 제멋대로인 데다 보수적이고 부패했다는 수년간의 지적에 삼성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재벌 시스템은 끝났다"는 이 부회장의 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쇄신 움직임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구, 인습의 반격을 뿌리치지 못한 경향이 있다는 취지의 비판도 소개됐다.
WSJ는 이 부회장에게 비판적인 투자자들과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삼성이 자기 기업의 특권적 지위를 지키고 이 부회장의 이익을 증진하려고 싸우는 데 많은 시간을 쏟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이 변화를 계속 밀어붙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부친에게 쏠릴 관심이 자신에게 쏟아지도록 하는 행동을 회피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높이는 조치를 뒤에서 지원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WSJ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전략실을 포함한 부친의 중역들을 고스란히 유지했다고 보도했다.
독립성을 갖는 이사회 의석을 늘리겠다는 등 약속한 다른 많은 변화도 아직 이행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회장을 스캔들로 끌어들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그가 진정 삼성을 새 시대로 인도하려고 했었는지를 두고 가장 큰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