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동시다발 테러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보복공격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울러 벨기에 정부에 체포된 파리 테러의 마지막 주범 살라 압데슬람이 IS를 배신하고 수사당국에 협력할 것을 우려해 다른 곳을 겨냥해 계획했던 테러를 앞당겨 저질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브뤼셀 공항 테러 부상자들(Yonhap)
IS는 이날 밤 인터넷을 통해 아랍어와 불어로 낸 성명에서 "우리 형제들이 자살폭탄 벨트와 폭탄을 품고 자벤텀 공항과 브뤼셀 지하철역에서 최대한의 죽음을 가져오려 했다"며 범행을 자처했다.
이 단체는 또 "IS에 대적하는 모든 국가에 이와 같은 결과로 답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알라의 허락 아래 결과는 참혹하고 끔찍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공식 성명에 앞서 IS의 영문 온라인 매체인 아마크 통신도 벨기에를 'IS에 대적하는 국제동맹군에 참가한 국가'로 칭하며 "IS 전사들이 폭탄 벨트와 폭발 장치로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공항, 전철역에서 연쇄적인 작전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 IS는 벨기에의 '반 IS 전선' 참여를 주된 공격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범행 나흘 전 압데슬람이 체포된 게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압데슬람을 비롯해 파리 테러 연루자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한 벨기에에 보복을 가하는 것은 물론 압데슬람이 수사당국에 협조해 IS의 공격 계획을 누설할 가능성을 경계해 예정보다 앞당겨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BBC 방송에 따르면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압데슬람 체포 후 실제로 보복공격의 위협이 있었다며 "한 조직을 멈추면 또다른 조직이 (공격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라크 정보당국 관계자는 AP 통신에 "IS가 공항과 기차역을 타깃으로 한 유럽 내 공격을 두 달 동안 준비해왔다"며 이번 테러가 IS의 수도격인 락까에서 기획됐다고 밝혔다.
그는 IS의 원래 공격 목표가 브뤼셀이 아니었다며 "압데슬람의 체포 때문에 브뤼셀로 작전지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기에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들의 모습(Yonhap)
압데슬람이 체포된 후 수사관들에게 '새로운 계획을 진행했다'고 자백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IS가 공격 목표를 바꾸고 실행일을 앞당긴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유럽의 정보당국 관계자가 브뤼셀 테러를 "압데슬람 체포에 대한 보복이자 동시에 그가 지하디스트를 배신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 결과"라고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테러의 준비기간으로 나흘은 너무 짧다며 '압데슬람 체포와 브뤼셀 테러 사이엔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벨기에 내 IS의 작전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며 "압데슬람의 체포는 (IS의) 다른 조직이 준비해왔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파리 테러와 관련해 지금까지 6개국에서 체포된 18명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유럽은 이제 IS가 상시적으로 가공할 공격을 할 능력을 갖췄을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IS의 이번 브뤼셀 테러는 4개월 전 파리 테러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공연장, 축구장, 카페 등 '소프트타깃' 여러 곳을 거의 동시에 타격한 파리 테러와 국제공항,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을 동시다발로 공격한 브뤼셀 테러는 '닮은꼴'로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또 파리 테러의 폭탄 제조범으로 지목되는 나짐 라크라위(24)가 브뤼셀 공항 폭탄공격과 연루돼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파리 테러의 잔당들이 직접 이번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