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 백인 우월주의단체인 쿠클럭스클랜(KKK) 집회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해 3명이 흉기에 찔렸다고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했다.
부상자 중 한 명은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도시인 애너하임에서 발생했다.
KKK가 이날 오후 1시 30분 애너하임의 피어슨 공원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발표하자 오전 11시께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어 KKK 단원들과 대치했다.
(Yonhap)
정오 무렵 흑인 차별의 상징인 남부연합기 패치를 붙인 검은색 옷을 입은 KKK 단원들이 속속 도착하자 양측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위대는 '그랜드 드래건'이라는 문구가 박힌 셔츠를 입은 KKK 단원을 넘어뜨려 발로 찼고, KKK는 흉기로 시위대에 반격했다.
목격자들은 KKK 단원이 날카로운 깃대 끝을 흉기로 사용했다고 밝혔고, 출동한 경찰에 연행된 한 KKK 단원은 방어 차원에서 시위대를 찔렀다고 외쳤다.
흉기에 찔린 사람 3명 중 2명은 시위대로 밝혀졌고, 나머지 1명의 신원은 불분명하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소개했다.
경찰은 폭력에 가담한 13명을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증오와 극단주의 연구를 위한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버너디노 센터'의 브라이언 레빈 국장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무장한 시위대가 KKK를 향해 쇄도할 때 '그랜드 드래건' 셔츠를 입은 사람 바로 옆에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KKK 지도자급 인사를 폭력 현장에서 밀쳐내고서 '나 같은 유대인이 당신 목숨을 구하니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사태 직후 시위대를 비롯한 군중은 경찰의 안이한 대처에 항의하며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충분히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현장에서 이를 제지할 경찰 인력은 출동도 하지 않았다며 시민은 불만을 토로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924년 대대적인 추방 운동이 전개되기 전까지 KKK가 애너하임 시의회의 80%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KKK 단복과 가면을 쓴 300명이 애너하임 거리를 활보하고, 집회에도 2만 명이 모이는 등 기승을 떨쳤지만, KKK의 전반적인 쇠락 분위기 탓에 현재 이 지역에서 KKK의 기세는 크게 꺾였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인권단체인 남부빈민법센터(SPLC)는 지금 미국에서 활동하는 KKK 단원의 수를 5천 명에서 8천 명 사이로 추산했다. (연합)